[6·2 민심 대이동] 당정청 쇄신 어떻게… 한나라,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져
입력 2010-06-03 18:33
한나라당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민심의 일격에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소름이 돋는다” “무섭다. 거의 민란 수준이다”라는 반응도 나온다. 당 대표와 사무총장, 최고위원들까지 지도부 총사퇴를 선언했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전혀 믿기지 않는 분위기다. 정몽준 대표는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완패다. 완패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봉 의원이 “참패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위로성 발언을 하자 정 대표는 거듭 “이건 완패”라고 말했다고 조해진 대변인이 전했다. 정병국 사무총장도 “선거패배에 무한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사퇴의사를 표명하고, 향후 비상대책기구 설치를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위임한 뒤 202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한 FIFA 총회 참석을 이유로 이날 오후 남아공으로 출국했다. 한나라당은 2003년 10월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을 썼을 때 당시 이재오 사무총장 중심의 비대위를 구성한 적이 있다. 그만큼 이번 선거가 한나라당에 뼈아프다는 얘기다.
당내에선 예정대로 7월 초쯤 전당대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비대위로 7·28 재보궐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다만 누가 민심이반을 수습할 적임자인지는 해답이 없는 상태다. 박근혜 전 대표나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복귀 가능성도 나오지만 친이계나 친박계 모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청와대의 후속 개각 여부에 당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청와대와 여권에서 큰 틀의 쇄신 방향이 잡혀야 당 대표 문제도 풀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당내에선 벌써부터 당·정·청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이번 선거는 힘세고, 잘 나가는 여당 견제심리가 표출된 것”이라며 “친이·친박 단합 등 당내 문제보다는 더 큰 틀의 방향 전환을 위한 국정쇄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박계 구상찬 의원도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참모진 교체는 물론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