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민심 대이동] MB, 靑 개편 결심땐 ‘수석’ 대부분 교체 가능성

입력 2010-06-03 21:25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이 3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함에 따라 청와대 개편의 신호탄이 올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실장이 선거 책임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사의를 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수석들이 일괄사의를 표시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대통령이 청와대 개편에 대한 구상을 마무리하기 전 전원 사표 제출은 국정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정 실장의 사의를 수용할지 여부는 정확치 않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반려할 수도 있고, 수리할 수도 있다”며 “좀 더 구상을 가다듬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인사에 관한한 이 대통령 특유의 장고 스타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 대통령이 청와대 쇄신을 결심할 경우 정 실장을 비롯한 대부분 수석이 교체 대상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 대통령은 2008년 6월 촛불 사태 당시 이동관 박재완 두 수석만 남기고 수석비서관 전원을 교체한 바 있다.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 7월 초에는 한나라당의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고, 7월 28일에는 미니 총선급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진다. 당·정·청 인적 쇄신을 통해 재·보선을 치러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점차 커질 전망이다.

청와대 내부 분위기도 신중론보다는 쇄신론 기류가 강하다. 한 관계자는 “민심이 강력하게 경고한 것 아니냐”며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민심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내각 개편은 좀 더 복잡하다. 정운찬 국무총리의 거취 문제부터 결정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정 총리가 취임한 지 9개월에 불과하고, 정 총리를 대신할 새로운 총리감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내각을 개편할 경우 국회 인사청문회와 여론 검증을 거쳐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방선거 이후 내각 및 청와대 개편에 대한 준비는 해온 것으로 알지만 인재풀이 그리 넓지 않다”고 말했다. 정 총리를 유임시키고 일부 ‘장수 장관’만 교체할 경우 인적 쇄신 의미가 반감될 게 뻔하다. 또한 장관 교체는 대북 및 외교안보정책, 4대강과 세종시 등 핵심 국정과제 등과 맞물려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