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친 민심-② 親盧·386 약진] 젊고 참신함 무장 野 차세대 리더 부상

입력 2010-06-03 21:25

6·2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야당의 승리’라고 평가하는 정치인이나 전문가들은 드물다. 대부분 여당의 패배라고 말한다. 국민들이 투표를 통해 정부와 여당의 일방 독주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선거가 정부 여당을 효율적으로 견제하지 못했던 민주당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줬다”(정치컨설팅 민기획의 정찬수 이사)는 의미는 부여한다. 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 내는 데 실패하며 ‘인물 부재론’에 시달렸던 야권에 6·2지방선거는 새로운 리더십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선거에서 친노무현 인사들의 약진은 ‘노무현의 정치적 복권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전문가들은 3일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등 젊은 정치인들이 도지사로 당선된 것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 젊고 참신한 차기 야권 지도자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이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친노 인사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노무현의 참모’ 이미지를 벗고 적진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놀라운 득표력을 보여주며 독자적인 정치 공간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는 김종필, 이인제에 이어 지역을 대표할 정치인을 갈구하는 지역 민심을 정확히 읽고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자 역시 오랫동안 강원도 전역을 누비며 ‘지역일꾼’ 이미지를 다져왔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남에서 2전3기의 신화를 일군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는 이장에서 출발해 군수, 행정자치부 장관을 거쳐 도지사에 당선됐다. 드라마 주인공 같은 인생스토리가 서민들의 대변인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여기에다 친노 인사는 아니지만 북풍의 직접적 영향권인 인천에서 승리를 일궈낸 송영길 당선자도 광역단체장 행정경험까지 축적될 경우 차기 리더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광역단체장뿐 아니라 기초단체장 등에서도 친노 인사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친노 진영은 독자 세력화 가능성도 보여줬다.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주당 김만수 부천시장 당선자는 한나라당 홍건표 후보를 7만여표 차이로 압도했고, 역시 참여정부 청와대 참모그룹인 김성환(노원), 김영배(성북·전 비서관), 차성수(금천·전 시민사회수석) 당선자 등도 한나라당 후보들을 제쳤다. 특히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으로 광주 구의원 선거에 국민참여당 후보로 출마했던 이병완 당선자는 민주당 텃밭에서 살아남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를 통해 친노 진영이 동교동계나 상도동계에 버금가는 한국 정치의 또 다른 정치 일가를 구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적어도 향후 야권 통합 논의 과정에서도 친노 진영이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젊은 기수들의 등장은 야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권 견제론을 등에 업고 당선된 야권의 젊은 기수들에겐 이번 선거가 기회이자 위기일 수도 있다. 개혁성을 견지하면서도 시대가 요구하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다면 지난 대선과 총선 패배처럼 또다시 심판대에 오르는 운명에 처할 수 있다. 또 젊은 차세대 그룹이 향후 얼마나 역동적이고 상상력 있는 행정과 정치를 보여주느냐도 향후 자신들의 생명력뿐 아니라 친노 또는 386 정치인의 이미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들이 맞닥뜨린 시험대는 4대강 사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친노 당선자 지역 중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4대강 사업’과 관련된 핵심 지역이 많아 이들이 중앙정부에 맞서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