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한명숙 수사’ 시기 저울질… 서두를 땐 여론 악화 우려
입력 2010-06-03 18:36
검찰이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놓고 수사 재개 시기에 대해 저울질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김기동)는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한 전 총리 수사재개 시기를 놓고 장단점을 분석 중이다. 현재 수사팀 분위기는 원칙적으로 수사를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서두르기보다 좀 더 여유를 갖고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3일 “의심스러운 정황을 포착한 상황에서 수사를 접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면서 “다만 선거가 이제 막 끝났는데 곧바로 한 전 총리 수사를 다시 시작하면 다들 ‘부관참시’라고 검찰을 비난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경기도 고양시의 건설업체인 H사 대표 한모씨로부터 불법자금 10억원을 받았다는 의심을 갖고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 선고 직전에 수사가 시작돼 별건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은 결국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등을 우려해 관련자 소환을 미루는 등 수사를 보류했다.
검찰은 이후 한 전 총리의 금융거래 내역 등을 살펴보며 혐의를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자금 관련) 수사는 탄탄하게 돼 있다”며 “지난번 뇌물 사건 때도 탄탄하게 됐다고 말했다가 한방 먹은 만큼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철저하게 따져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한 전 총리를 선거가 끝나자마자 다시 조사할 경우 받게 될 정치적 부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여당 책임론이 불거진 가운데 서둘러 관련 수사를 재개할 경우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폰서 검사’ 파문이 끝나지 않은 점 등 검찰을 둘러싼 주변 환경 역시 녹록지 않다.
일각에서는 법무장관이 포함된 내각 개편이 이뤄질 경우 검찰간부 후속 인사도 불가피해 수사 재개시점은 올 하반기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