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민심 대이동] 올인 지역구서 고배… 좁아진 박근혜 입지

입력 2010-06-03 21:19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6·2 지방선거 결과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뜻밖에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달성군수 선거에서 무소속 김문오 후보는 박 전 대표가 지원한 이석원 후보를 3% 포인트 차이로 꺾고 승리했다.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에서 기초단체장도 당선시키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박 전 대표는 “선거는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치러야 한다”며 당의 선거지원 요구를 거부한 채 줄곧 지역구에 머물며 선거 운동에 매진해온 터라 당혹감은 더욱 크다.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박 전 대표는 3일 “당원들이 (후보를) 결정한 것도 존중하고, 달성군민들이 판단한 것도 존중한다”고 담담하게 밝혔다. 한나라당 패배에 대해선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달성 패배는 이 후보의 공천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면서 한나라당 지지층이 대거 무소속 김 후보로 결집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강원, 경남, 충북, 제주 등 한나라당이 석패한 광역단체장 선거를 놓고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선거 에서 후보들의 지원 유세에 일절 나서지 않았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지역에 합류해 지원했지만 과거처럼 지지 동영상을 보내는 식의 간접 지원도 하지 않았다.

당내에서는 당장 박 전 대표의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친이계 의원은 “향후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박 전 대표가 이번 선거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는 점은 본인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는 ‘내 도움 없이 어디 선거를 제대로 치르는지 보자’는 식이었지만, 달성군수 선거도 패배하는 바람에 체면을 구겼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계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가 유리하게 나오면서 당에서 박 전 대표에게 진정성을 갖고 도와달라고 한 적도 없지 않느냐”며 “이제 와서 박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게 과연 설득력이 있느냐”고 말했다. 박 전 대표에게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주장이다.

박 전 대표 역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로우 키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당 주류가 대응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박 전 대표나 친박 쪽도 대응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