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쇄신 머뭇거릴 여유 없다

입력 2010-06-03 18:51

‘한나라당 완패, 민주당 대승’으로 요약되는 6·2 지방선거 결과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환골탈태를 명(命)한 주권자의 심판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 2년 반에 대한 성적표인 동시에 2년 반 남은 후반기 국정 운영은 이전과 달라야 한다는 경고이다. 여권의 인적 쇄신과 국정 운영 방식을 포함한 대대적인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정몽준 대표와 정병국 사무총장을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선언했다. 한나라당은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민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이들의 사퇴는 당연하다. 정 대표와 정 실장은 일찍 거취를 결정해 이 대통령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이 대통령은 어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이번 선거 결과를 다함께 성찰의 기회로 삼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자”고 주문했다. 그러려면 여권의 인적 개편은 불가피하다. 인적 쇄신을 수반하지 않은 국정 쇄신이 성공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따라서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으며, 폭은 조각(組閣)에 버금갈 정도가 돼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명박 정부 미래를 낙관하기 힘들다.

아울러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방식을 대폭 뜯어고쳐야 한다.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성찰과 근본적인 변화 없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건 나무에서 생선을 찾는 일이다. 핵심 정책 또한 일정 부분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 아무리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것이라지만 다수 국민이 싫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지 않은가.

충청권에서 세종시 원안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운 야당 후보들이 압승함으로써 이명박 정부가 핵심과제로 내세운 세종시 수정은 동력을 잃었다. 이제 세종시 수정을 포기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단계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여봐야 야당은 물론 국민적 저항을 부를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적인 후반기 국정 운영과 원활한 4대강 개발을 위해서도 그것만은 피해야 한다. 두 걸음 나아가려고 한 걸음 물러설 때도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