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주장 복창하게 방치해선 안 돼

입력 2010-06-03 18:51

북한 노동당의 대남기구인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과 민족화해협의회가 6·2 지방선거에서 현 정권을 심판하라는 문건을 팩스로 국내 대북교역업체 6곳에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은 지난달 26일에도 국내 종교·사회단체 17곳에 우리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가 날조됐다고 주장하는 문건을 이메일과 팩스로 무더기 발송했다. 새 문건은 지방선거가 “여야 사이의 단순한 표 싸움이 아니라 평화냐 전쟁이냐, 민주냐 파쇼냐 하는 심각한 정치적 대결”이라고 선동했다. 북한이 문건을 보낸 때를 전후해 광주 중심가와 수원의 한 대학캠퍼스에는 북한 주장과 상통하는 내용의 유인물이 살포됐다.

북한의 선전선동 때문은 아니지만 지방선거 결과는 북한이 바라던 대로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됐다. 기고만장해진 북한이 천안함 사건 책임을 우리 정부에 떠넘기는 데 선거 결과를 이용하려들 게 뻔하다. 문제는 북한의 허무맹랑한 주장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우리 내부에 적지 않다는 데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정부의 천안함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국민이 27.3%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신뢰하는 국민 71.3% 중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은 25.1%에 불과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하나의 명백한 사실 앞에서도 2분 3분되고 있다.

북한 문건은 “리명박 패당에게 표를 찍는다면 파쇼 독재의 망령이 더 머리를 쳐들고 경제와 민생은 더 엉망이 될 것이 명백하다”고 선동했다. 수령 독재 아래서 사는 저들 눈에는 모든 게 독재로 보이는 모양이나 역사 유물이 된 파쇼 독재가 우리 사회에 부활할 리 없다. 그러나 일부 지식인은 지금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으며 파시즘 초기라는 둥 북한 주장을 복창하고 있다. 민주주의 건재를 입증한 선거 결과 앞에 그들이 뭐라고 말을 바꿀지 궁금하다.

우리 사회는 북한의 선전선동에 흔들릴 정도로 취약하지 않다. 그러나 북한 문건이 공식 통신수단을 통해 공공연히 전파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반정부 시민단체들의 주장과 용어는 북한의 논리는 물론 어투까지 닮아있다. 북한 문건들이 전달되고 확산되는 경로를 정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