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 약진 MB 교육정책 제동 걸리나… 곽노현 “자율고, 추가 지정 없다”
입력 2010-06-04 00:24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당선자는 3일 기자회견을 갖고 “법률상 정해진 교육과학기술부의 권한은 최대한 인정하지만 교과부 방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조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교과부의 일방적인 지침을 무조건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공개 선언으로 해석된다. 진보 교육감들의 대거 등장으로 향후 보수 성향 정부와 적지 않은 마찰과 갈등을 겪을 것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발언이다. 서울시교육감은 시도교육감협의회 의장을 맡아온 게 관행이었다.
곽 당선자는 특히 “서울 지역에서 자율고를 더 이상 지정하지 않겠다”고 말해 2012년까지 전국적으로 자율고 100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자율고는 올해까지 전국적으로 43개가 설치됐다. 서울은 올해 13개가 문을 연데 이어 내년에 13개가 개교할 예정이다.
곽 당선자는 또 “특목고를 만들 때 고교 평준화 해체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며 “특목고가 국·영·수 과목을 늘리는 식으로 철저하게 대입 준비 학교로 변질됐다면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교장공모제를 실시하더라도 평교사 출신 교장이 (서울에서는) 배출된 적이 없다”며 “앞으로는 평교사도 교장직에 응모할 수 있는 내부형 공모제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곽 당선자는 6·2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교육감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진보 성향 인사 중 한 명이다. 곽 당선자뿐 아니라 진보 성향 교육감 대거 등장으로 초·중등 교육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들은 정부 정책에 동조하지 않고 있어 대립과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16개 시·도 교육감 당선자 중 진보 성향 인사가 당선된 곳은 서울과 경기 광주 전남 전북 강원이다. 해당 지역 거주 학생은 전체 학생의 3분의 2에 육박한다. 진보 인사들이 대거 당선된 것은 이번 교육감 선거가 복수의 보수 후보와 단일 진보 후보 간 대결로 치러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곽 당선자의 득표율은 34.3%로 2위 이원희 후보(33.1%)와의 득표율 차이가 1.2% 포인트에 그쳤다. 특히 같은 보수 성향의 김영숙(12.2%) 남승희(11.8%) 후보 득표율을 감안하면 막판 보수 후보 단일화 실패가 보수 진영 몰락이자 진보 진영 승리의 결정적 원인이었다.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였다. 진보 당선자가 나온 곳은 어김없이 ‘보수 난립, 진보 단일’ 구도를 보였다.
모규엽 박지훈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