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대표-정정길 실장 사의… ‘여권 후폭풍’ 대대적 인적쇄신 예고

입력 2010-06-03 21:32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한나라당 지도부가 3일 6·2 지방선거 패배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청와대 정정길 대통령실장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다. 당·청 수뇌부가 사의를 표함에 따라 여권에 대규모 인적 쇄신이 예고되고 있다.



정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며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번 선거의 책임을 맡은 선대위원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이 자리를 빌려 사퇴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다른 최고위원들과 정병국 사무총장도 동반 사퇴했다.

한나라당은 지도부가 퇴진함에 따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비대위원장에는 김무성 원내대표가 유력하다. 한나라당은 다음달 초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할 예정이지만 복잡한 당내 계파 문제와 책임론 등이 불거지고 있어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정길 실장은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뒤 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수석 대부분이 회의에서 ‘우리도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말했고, 정 실장은 ‘내가 대표로 책임지고 사의를 표하겠다’고 했다”며 “수석 전원의 일괄 사의 표명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 실장의 사의 표명에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4∼5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뒤 귀국해 내각과 청와대 개편 구상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방선거로 민심이 확인된 이상 인적 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이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자신의 거취 문제를 언급하진 않았으나 “민의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내각 총사퇴를 포함한 전면적 국정 쇄신과 4대강 공사 중단 및 세종시 수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또 대결적 대북정책 전면 폐기와 천안함 관련 군 책임자 문책을 요구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