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 허정무 감독 “그리스 세트피스 여전히 위협적”
입력 2010-06-03 21:12
한국의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상대 그리스가 마지막 평가전 파라과이전에서 전반에만 2골을 내주며 0대 2로 졌다. 지난달 26일 북한과의 평가전(2대 2 무승부)에서 노출된 약점이 다시 보였다.
그리스는 3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스위스 빈터투어 쉬첸비세 경기장에서 치른 남아공 본선 진출국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9분과 25분 연속골을 허용한 뒤 한 골도 만회하지 못해 두 골차로 완패했다. 남아공월드컵에 나갈 그리스 대표팀 소집(지난달 17일) 이후 1무1패, 지난달 3월 세네갈과의 평가전 0대 2 패배까지 포함하면 그리스는 올해 벌어진 A매치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1무2패). 그리스 축구의 아버지로까지 추앙받는 오토 레하겔(72·독일) 감독의 국민적 지지도가 없었다면 감독 경질론까지 나올만한 상황이다.
그리스의 파라과이전 모습도 날카롭지 못했다. 평가전이므로 지금의 모습이 본 게임(6월 12일 한국전) 때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해선 안되지만 그리스 축구가 갖고 있는 단점은 구조적인 문제에 가까웠다.
우선 그리스 수비는 여전히 느렸다. 전반 6분 파라과이의 전진 패스 하나가 곧바로 그리스 골키퍼와의 1대 1 위기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리스 수비수들의 발이 느리다보니 그리스 문전에서 빠르게 움직인 파라과이 공격수 루카스 바리오스를 막지 못했다. 그리스는 골키퍼 알렉산드로스 초르바스(파나티나이코스)의 선방으로 실점을 겨우 면했다.
그리스는 파라과이의 반 박자 빠른 과감한 슈팅에 고생했다. 파라과이는 전반 9분 산타크루즈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문전에 있던 엔리케 베라가 볼을 잡아 차넣어 손쉽게 선제골을 기록했다. 한국도 슈팅이 그리스 골대 또는 그리스 선수를 맞고 나왔을 경우 주워먹기로 골을 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주워먹기는 슈팅 전 예비 동작이 별로 없는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장점이다.
파라과이는 전반 25분 미드필드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산타크루즈가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이 볼을 그리스 골키퍼 초르바스가 막아내자 역시 문전에 있던 바리오스가 가볍게 차 추가골을 넣었다. 파라과이의 2골 모두 볼의 정지 상황이 아닌 움직이는 상황에서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그리스 수비수들의 민첩성이 떨어짐을 뜻한다.
공격에서 그리스는 주전 골잡이 테오파니스 게카스(프랑크푸르트), 북한전에서 세트피스 프리킥으로 2골을 만들어낸 기오르고스 카라구니스(파나티나이코스)가 선발 출전하지 않았다. 게카스는 최근 훈련 중 가벼운 무릎 부상을 당해 파라과이전에 쉬었다.
베스트 멤버는 아니었으나 그리스의 공격은 짜임새가 부족했다. 한국전에서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4-3-3 포메이션으로 파라과이전을 치른 그리스는 미드필더와 공격수로 이어지는 공격스피드가 빠르지 않았다. 건장하지만 기민하지 못한 그리스 선수들의 신체적 특성이 기본 원인이고, 그런 단점을 극복할 패스 및 협력 플레이 패턴 역시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듯 했다.
경기장에서 그리스-파라과이전을 지켜본 허정무 감독은 “그리스의 세트피스는 여전히 위협적이다. 오늘 경기로 그리스를 평가해선 안된다”며 자만을 경계했다. 만족스럽지 못한 평가전 성적표를 받아든 그리스는 아테네로 돌아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5일 남아공으로 입성한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