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고령자기업

입력 2010-06-03 18:46

전 세계적으로 일하는 고령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의 경제활동참가율(노동력률)은 한국과 일본이 압도적으로 높다. 조기 은퇴 후 연금생활을 만끽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유럽에서도 2000년대 들어 급증세다.

유럽에서는 1980∼90년대만 해도 청년실업 해소책의 일환으로 조기 은퇴를 유도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조기 은퇴가 늘어나도 청년실업은 줄지 않았고 되레 연금재정 부담만 커졌다. 그리스 사태도 따지고 보면 연금 과다지급과 무관하지 않다. 유럽의 조기 은퇴 붐이 시들해진 이유다.

더 중요한 것은 ‘일(노동)’에 대한 고령자들의 인식이다. 흔히 경제학에서는 많이 할수록(얻을수록) 손해라 하여 ‘일’을 부(負)의 재화로 꼽는다. 그러나 삶의 보람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일은 결코 부의 재화일 수 없다. 고령자들에게 일은 보람이자 사회구성원으로서 존재감을 확인하는 통로다.

한국과 일본 고령자들의 노동력률이 높은 것은 노후의 경제적 필요라는 절실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일’에 대한 고령자들 고유의 열정을 적극 활용한다면 고령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고령사회 도래를 사회적 부담 증가, 활력 감소 등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2년 전 고령자 고용현장 취재차 일본 나가노현 오가와무라의 ‘오가와노쇼’란 식품회사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마을 인구 3300명 중 65세 이상 인구가 42%나 되는 산촌에 마을 활성화 차원에서 만든 회사였다. 1986년 창업 이래 고향 맛으로 승승장구해 왔다고 했다. 임직원 86명의 평균연령은 55.9세, 60세 이상은 40명.

취재 도중 소나기가 내리자 종업원들은 작업하다 말고 어디론가 바쁘게 흩어졌다가 돌아온다. 빨래 걷으러 집에 다녀왔단다. 고령자를 배려하는 근무환경은 자유분방하다. 정년도 없다. 일할 의욕이 있고 체력만 받쳐주면 언제까지든 일을 즐길 수 있다. “밝고 즐겁고 활기차게”란 사내표어가 어쩌면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서울시가 1일 올해의 고령자기업으로 5곳을 선정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60세 이상 채용비율이 전체 채용인원의 80% 이상으로 지속적인 자체수익을 통해 고령자를 계속 고용할 수 있는 회사에 대해 최대 1억원을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고령자기업 지원사업은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방식인 셈이다. 일하는 고령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더 많은 고령자기업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