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한국증시 이번엔… 2009년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실패

입력 2010-06-03 18:18


이번달 국내 증시엔 ‘빅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날(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그것이다. 중순쯤 최종 판가름이 난다. 공식적으론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도전이다. 편입 가능성은 반반이지만 성공 기대감이 조금 더 높은 상태다.

MSCI 선진국지수는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와 함께 글로벌 자금이 투자기준으로 삼는 양대 지수 중 하나다. 추종 자금은 최고 5조 달러(6000조원)로 추정된다.

현재 한국 증시가 속한 MSCI 신흥국(이머징)지수를 따르는 투자금보다 9배나 많다. 증권사들은 3일 한국 증시가 MSCI 지수 내에서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격상되면 제값을 받게 되고, 120억∼202억 달러(14.4∼24.2조원)의 외국투자금이 추가적으로 국내 증시로 순유입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편입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제기된 편입 불발 사유가 아직도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시장정보의 ‘자유로운 이용’에 대한 문제다.

지난해 MSCI 측은 한국엔 증시 데이터를 외국투자자들에게 실시간 제공하지 않는 ‘반(反)경쟁적 제도’가 존재한다고 퇴짜를 놨다. 그러나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시세정보는 국내외에 실시간으로 완벽히 제공되고 있다”며 “MSCI가 말한 ‘자유로운 이용’의 속내는 코스피200지수 같은 지수를 MSCI가 자유롭게 개발해 관련 파생상품이 해외에서 거래되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 파생상품 시장 위축이 불가피해 금융투자업계의 반발이 심하다.

신한투자증권 한범호 연구원은 “MSCI 측은 한국에서 증권거래와 외환거래의 체결일과 결제일이 불일치하는 등 원화의 환전성이 떨어지고 외국인투자자 등록제로 증시 거래가 제한된다는 점도 지적했다”며 “하지만 금융당국은 역외 선물환(NDF) 시장이 활성화돼 있고 정책상 외국인 지분 파악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 같은 마찰은 한국 금융당국과 MSCI 측이 얼마든지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FTSE는 똑같은 문제를 두고도 지난해 9월 한국 증시를 선진국지수로 편입했고, MSCI 측은 한국과 유사한 외환제도를 두고 있는 이스라엘을 지난달부터 선진국지수에 포함시켰다. 하이투자증권 김승한 연구원은 “한국 금융당국이 MSCI위원회와 개선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가 다른 주요 글로벌 지수에 선진국으로 분류돼 있는 것도 MSCI 입장에선 부담스럽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5위, 시가총액 17위, 거래대금 9위의 한국 증시를 신흥시장으로 잔류시키긴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MSCI 선진국지수에 포함된 스페인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겪은 유럽 국가들이 빠지면서 한국이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