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감독회장 직무대행에 소화춘 목사 추대… 기감 전·현직감독들 총회 강행
입력 2010-06-03 20:50
기독교대한감리회 전·현직 연회감독들이 주도한 감리회 제28회 총회가 3일 충남 천안시 하늘중앙교회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기존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불신임하고 새로운 직무대행을 세웠다. 본부가 추진 중인 감독회장 재선거 역시 무효라고 결의했다.
개회예배 기도와 설교를 맡은 연회 감독들은 현재 감리교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으며, 총회 개최는 그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임영훈 서울남연회 감독은 ‘나를 들어 바다에 던지라’는 말씀에서 “풍랑을 맞은 감리교회에 ‘나 때문’이라고 잘못을 고백할 수 있는 요나와 같은 이가 많이 나와야 한다”며 “이 자리에서 거룩한 결정을 많이 해 교단을 바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총회 사회는 임 감독이 맡았다. 서기가 “총회대표(총대) 1404명 중 751명이 참석, 성원이 됐다”고 밝혔다. 개회 선언 직후 참석자 전원은 이번 총회가 ‘합법적 총회’라고 자체 결의했다.
대부분 총회 개최에 찬성하는 총대들이 모이다 보니 회의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기복(선화감리교회) 목사는 “총회만이 감리교회가 살 길이라고 계속 요구해 왔지만 이규학 감독회장 직무대행은 이를 거부했다”며 “이 총회가 합법적인 것을 선언했기 때문에 이 직무대행을 불신임하고, 새 직무대행을 선출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총대들은 만장일치로 이 안을 통과시키고, 충북연회 감독을 지낸 소화춘(충주제일교회) 목사를 새 직무대행으로 추대했다. 소 목사는 “어렵고, 희생이 따르는 길이지만 은퇴 전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총대들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총대들은 본부가 꾸린 재선거관리위원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27회 총회 때 선관위를 재가동시켜 별도의 감독회장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또 본부의 모든 재정을 동결하고, 향후 각 연회의 분담금도 본부가 아닌 총회 집행부에서 취합키로 결의했다. 특히 새 직무대행과 현직 감독, 각 연회 대표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 교단 사태 수습을 이끌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 직무대행은 성명을 내고 “천안에서 열린 총회는 불법이며, 결의 사항은 원천무효”라고 밝혔다. 그는 “이 총회를 통해 시도하려는 탈법적 행위들은 감리회를 분열시키는 모략으로, 반드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본부는 법원의 유일한 결정에 따라 재선거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총회로 ‘선(先) 총회’ 측과 ‘선 재선거’ 측 간 대화의 여지는 소멸됐다. 총회에서 직무대행에 선임된 소 목사는 “4일부터 정상적으로 본부에 출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본부는 서울 태평로 감리회 본부 16층 감독회장실과 행정기획실을 폐쇄하고, 다른 장소로 옮겨 업무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글·사진=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