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방송, 누가·어떻게 하나… 정식방송 라디오 11개, 해적방송 라디오 2개·TV 1개

입력 2010-06-03 18:12

국방부는 지난달 24일 북한군을 겨냥한 대북방송 ‘자유의 소리’를 다시 시작했다. 천안함 사건 조사결과 발표 나흘 후다. 2004년 6월 중단된 이래 6년 만이다. 이 방송은 FM 전파를 타고 북으로 간다. 라디오가 없는 휴전선 일대 북한 군인들은 듣기 어렵다. 휴전선에서 확성기로 이 방송을 퍼뜨려야 진정한 의미의 ‘대북 심리전’이 재개되는 것이다. 그러나 파괴력이 큰 확성기 방송은 일단 보류됐다. 정치적 여건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대북 라디오 방송은 이미 10개나 있었다.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단파 방송이 가능하다. 민간 차원의 방송만 7개다. 열린북한방송, 자유조선방송, 자유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은 북한인권단체들이 운영한다. 모퉁이돌선교회와 극동방송도 대북 선교 방송을 하고 있다. 일본 민간단체가 납북자들에게 보내는 ‘시오카제’란 방송도 있다.

나머지 3개는 한국과 미국 정부 차원의 대북 방송이다. KBS 한민족방송은 북한 국영 라디오 방송인 조선중앙방송과 주파수 대역이 비슷하고 출력이 높아 북한에서 가장 잘 들린다. 과거 ‘사회교육방송’으로 불리다 2007년 북한 중국 러시아 등 북방 동포 전체를 아우른다며 이름을 바꿨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운영하는 미국의 소리 방송(VOA)과 자유아시아방송(RFA)도 일종의 대북 방송이다.

비공식적인, 방송 주체가 불분명한 대북 ‘해적방송’도 있다. ‘인민의 소리’와 ‘희망의 메아리’가 대표적이다.

‘인민의 소리’는 스스로 방송 주체를 ‘조선노동자총연맹’이라 밝히고 방송한다. 북한 내부 반체제 세력의 방송으로 위장하는 형태다. “여기는 평양입니다”라며 평양 말씨를 사용하지만 어색하다고 한다. ‘희망의 메아리’는 송출 주체를 ‘해외동포총연합’이라고 밝힌다. 방송은 서울 말씨로 이뤄진다. 서울에서도 3912·6518·6600㎑(인민의 소리), 3985·6003·6348㎑(희망의 메아리)에서 들을 수 있다. 두 방송의 실제 주체는 공식적으론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이런 해적방송 송출 시간이 하루 4시간 늘었다고 한다. 낮 12시부터 2시간, 저녁 8시부터 8시간이었는데 지금은 오후 6시∼다음날 오전 8시(총 14시간)다. 수위도 높아졌다.

지난달 20일 천안함 조사 결과 발표 이후엔 “북한 인민은 총궐기해야 한다. 언제까지 테러집단 밑에서 억압받고 살 것인가”라는 멘트가 전파를 탔다. 한 대북 방송 관계자는 “북측이 다른 대북 방송은 전력 사정 좋을 때만 방해 전파를 쏘지만 해적방송은 상시적으로 쏜다”고 했다.

대북 TV 방송도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방송은 “지난 1주일간 북한 전역에서 ‘FM-TV’란 로고의 정체불명 TV 방송이 수신됐다”고 보도했다. 남한 드라마와 스포츠를 보여줬고 북한 자유화를 촉구하는 자막도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8월에도 평양 인근에 방송되는 북한 만수대TV 정규방송 시간에 난데없이 남한 방송이 나왔다. 북한 당국은 방송을 막지 못해 아예 전기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관계기관에서 TV 방송을 편집해 북한에서 수신이 가능한 형태로 송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한도 대남 방송을 한다. 평양방송과 평양FM방송 2개다. 평양방송은 조선중앙방송과 거의 유사하나 남한과 일본을 겨냥한 몇몇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 평양FM방송은 주로 음악을 튼다.

김원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