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골프(58)

입력 2010-06-03 15:13

벙커샷 3편: 벙커샷 작업의 정석

휴대전화의 기능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전화 걸기, 문자메시지, 알람 기능, 지하철역 검색 정도만 알고 사용해도 별로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벙커샷 기술을 상황별로 모두 설명한다면 아마도 책 한 권은 족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전문 선수가 아닌 아마추어들은 몇 가지 기본적인 기술을 숙지하고 그 원칙에 충실하기만 해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1. 어드레스는 기마 자세를 취한다

골프는 다리로 친다는 말이 있듯이 몸이 움직이지 않는 안정적인 토대를 만들기 위해 다리를 살짝 굽혀 기마 자세를 취하는 것이 좋다. 물론 모래 속에 발을 확실히 비벼 넣음으로써 양 발이 절대로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기마자세를 취하면 스탠스는 넓어지며 스윙 중 손과 손목의 유연성을 높여 줌으로써 높은 탄도의 볼이 부드럽게 그린에 안착하는 샷을 구사하기 쉽다.

2. 스윙은 낮은 데로 임하소서

초보자들은 볼을 너무 가파른 각도로 떠 올리려고 하여 클럽이 모래 속을 파고 들어가서 볼이 전혀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실수를 자주 한다. 아주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벙커샷 스윙은 평탄하게 구사하여 클럽이 볼 아래의 모래 속을 미끄러져 나가도록 해야 한다. 1만원권 지폐 한 장 크기의 모래 디봇을 도려내는 듯한 느낌이면 족하다.

“낮은 자를 높이 드시고 애곡하는 자를 일으키사 구원에 이르게 하시느니라”(욥 5:11)

3. 손바닥으로 물보라를 치듯

벙커샷에 볼의 뒤쪽을 쳐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면서도 실제로는 그리 쉽지 않다. 어렸을 때 수영장에서 친구들에게 손바닥으로 물을 쳐 물보라를 끼얹은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벙커샷의 달인 최경주 선수는 '모래를 퍼낸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모래를 함께 쳐라'고 주문한다. 또 어느 원로 프로는 '물보라 치듯 모래를 찰싹 때려라'(Splash sand like water)고 충고했다.

4. 완벽한 피니시 그 끝이 좋아야

타이거 우즈를 지도했던 부치 하먼이 강조한 것은 완전한 팔로 스루이다. 골퍼들의 전형적인 실수는 알맞은 모래의 양을 퍼내는 데만 집중하고 샷을 하다가 말아서 끝까지 피니시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좋은 임팩트였지만 볼은 잠깐 떴다가 다시 벙커 안에 떨어지면서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나기 시작한다. 불쾌한 상태에서 몇 번의 삽질을 하다 끝내는 포기하고 볼을 들고 벙커를 걸어 나오는 장면을 흔히 본다. 10년 전 호주에서 아들에게 골프를 지도했던 유명지도자 Ken Berndt씨가 나에게 들려준 고마운 팁 하나는 '벙커샷과 트러블샷은 끝까지 팔로 스루로 높게 피니시하라'는 것이었다. 그 후에 나는 '치다 말면 아니함만 못하리라'고 외친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

5. 서두르지 말고 긍정적인 결과를 예측하라

금년도 마스터즈 4위를 한 최경주 선수에게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마지막 라운드 파5인 13번홀 벙커샷이었다. 주최측으로부터 경기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는 통보를 받고 조금 서두르면서 리듬을 놓쳤고, 두번째 샷도 관중석에서 나는 큰 소리로 샷을 중단한 뒤 다시 쳤는데 벙커에 빠졌으며 그 벙커샷이 무척 짧게 온그린되어 보기로 연결되며 우승의 추격이 멈췄다. 벙커샷은 쏘기 전에 절대로 두려워하면 안 된다. 느긋하게 마음 먹고 서두르지 말며, 현실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그 결과를 예측하며 상상(visualize)한 후에 샷을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골프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