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교회 후임 선정 관련 지금 침례교 분위기는...
입력 2010-06-03 13:45
“저는 기도하면서 제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이 기도를 드렸습니다. ‘제 뜻대로 마옵시고 하나님의 최선의 뜻대로 해주소서’라고요. 그리고 마지막 두 분이 남았을 때 저는 다시 이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님, 제가 결정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청빙위원들을 통해 주님의 뜻을 알고 싶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인도해 주십시오.’ 그 결과로 우리는 진재혁 목사님을 승계 리더십으로 모시게 된 것입니다.”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가 후임 목회자 선정과 관련해 배경 설명을 했다. 지난달 23일 지구촌교회 예배 설교에서다. 이 목사는 “청빙위원회에서 최초 11명의 후보를 선임할 때 저는 의도적으로 빠져 있었다”며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어 일부러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후임 목회자 선정에 자신의 입김이 전혀 없었음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 목사가 마음속에 점찍은 사람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다. “그분들 중에 제가 어떤 분들을 더 선호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의 뜻과 청빙위원들의 뜻이 일치했음을 강조했다. “마지막 결론이 났을 때 제 마음에는 이것이 하나님의 인도요 뜻이라는 데 한 조각의 의심도 없었습니다. 감사한 것은 청빙위원들도 저와 동일한 마음과 기도로 마지막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이 목사에 따르면 지구촌교회 후임목사 결정은 전적인 기도와 청빙위원들의 뜻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 대해 지구촌교회가 소속된 침례교단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이 목사가 대표로 있는 ‘침례교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침미준)의 한 임원은 “침례교 소속 목회자 입장에서 봤을 때 지구촌교회 후임은 침례교 출신이 맡았어야 했다. 교단 규약에도 비슷한 조항이 있다”며 “이 목사님이 범 교단적으로 활동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부교역자와 담임목사 청빙은 다르지 않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침례교 일각에서는 이 목사가 침례교 소속으로 교단을 초월한 많은 일을 했지만 정작 침례교의 발전을 위한 노력과 성과는 기대보다는 미진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또 다른 침미준 임원은 “개교회에서 결정한 것이기에 별로 할 말이 없다”면서도 “진 목사님은 침례교회인 미국 뉴비전교회에서 5년 이상 목회했기에 침례교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고 지구촌교회 결정을 두둔했다.
경기도 광명 다사랑침례교회 유상채 목사는 “지구촌교회 후임 결정에 대해 침례교 내에는 부정적인 시각과 긍정적인 시각이 공존한다”고 소개했다. 유 목사는 “침례교회의 상징성을 가진 교회가 침례교 신학을 하지 않은 분을 후임으로 선정했다는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 목사가 그동안 분파주의나 교권주의에 반대해왔던 전력에 비춰봤을 때 오히려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했다는 평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유 목사는 최근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들이 미국의 1.5세 목회자를 잇따라 후임목사로 청빙하는 것과 관련해 “1.5세 목회자의 경우 다양한 경험과 넓은 세계관을 갖고 있기에 교인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다만 교인들이 후임목회자를 선정할 때 학벌이나 국제 감각 같은 외형만 아니라 영성이나 인격 등 전체적인 면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구촌교회 관계자는 “청빙위원회에서 세운 기준 중의 하나는 침례교단에서 목회하는 데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것 이었다”며 “진 목사는 지구촌교회 후임이 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원칙에 부합했고 그래서 청빙위원들이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그동안 매주 이 목사님의 설교를 들은 지구촌교회 성도들이 다른 어느 목회자의 설교에 만족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만큼 앞으로 3년간 이 목사님이 설교를 병행하면서 후임 목사의 설교를 멘토링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진 목사는 내년 1월부터 지구촌교회 담임목사로 공식 사역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