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국민의 선택] “한명숙의 힘”…민주당 수도권 단체장도 압승

입력 2010-06-03 01:46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예상 밖 돌풍을 일으키며 압승을 거뒀다. 반면 한나라당은 서울에서 고작 4곳에서 승리한데 그치는 등 참패했다.

민주당은 2일 자정 현재 서울(전체 25곳)에서 21곳, 경기(31곳)에서 17곳, 인천(10곳)에서 5곳을 휩쓸었다. 민주노동당이 승리한 2곳과 야권 단일 후보 성격의 무소속 후보가 이긴 2곳을 합하면 승리의 폭은 더욱 크다.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이 서울에서 25곳 전체를 싹쓸이했고, 경기에서 27곳, 인천에서 9곳을 독식했던 상황이 4년 만에 180도 뒤바뀐 양상이다.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는 차기 총선과 대선과도 직결돼 있어 향후 수도권 지역의 여야 권력판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서울, 민주당 21곳 승리, 한나라 강남 빼곤 완패=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야당 지지세가 강했던 관악 구로 금천 등 서남권과 도봉 강북 성북 등 동북권에서 전부 승리했다. 또 한나라당 지지세가 강했던 종로와 용산 중구 성동 동대문 등 중부권도 일제히 휩쓸었다. 또 부유층이 많아 여당 지지도가 높았던 지역으로 알려진 영등포와 양천 등에서도 승리를 거뒀다.

반면 여당은 서초 강남 송파 등 강남벨트와 중랑 등 4곳에서만 승리한데 그쳤다. 특히 서초와 강남의 경우 여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개표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 끝에 힘겹게 승리했다. 한나라당 권영세 서울시당위원장은 선거 전날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많게는 20곳, 적게 잡아도 15곳 이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민주당도 당초 이 정도로 압승을 거둘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민주당 김민석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은 “서울에서 반타작하면 잘 싸운 것으로 생각했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예상 밖으로 돌풍을 일으킨 것은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50% 안팎의 지지율을 얻는 등 뒷심을 발휘한데 힘입어 기초단체장들까지 득을 봤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층 또는 부유층이 많아 여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 지역에서조차 민주당이 승리하거나 박빙의 승부를 펼쳐진 것은 여당과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의지가 계층과 지역을 막론하고 두루 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여당 후보들이 같은 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높은 지지율만 믿고 기초단위 선거운동을 다소 느슨하게 벌인 것도 패배 요인으로 꼽힌다. 한 기초단체장 캠프측 관계자는 “광역단체장 후보가 15%포인트 이상 앞서 나가면 기초단체장은 줄투표 성향 등으로 무조건 승리할 것으로 기대하다가 허를 찔렸다”고 토로했다.

◇인천, 한나라 완패, 무소속 선전=인천에서도 민주당은 서구와 부평 중구 남구 연수구 등 절반을 먹었다. 민주당은 최대 3곳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반면 많게는 7곳에서의 승리를 기대했던 여당은 옹진 1곳에서 승리한데 그쳤다. 그마저 옹진은 선거로 이긴 게 아니라 여당 후보 1인만 등록해 무투표 당선된 곳이다.

인천에서는 특히 민주노동당이 선전했다. 남동구와 동구에서 여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인천에서 야권 후보들이 대승을 거둔 것은 역시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 예상 밖으로 선전한데 따른 것이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