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국민의 선택]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자…인물론 내세워 표심 자극
입력 2010-06-03 01:36
강원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이광재 후보의 확신처럼 기적 같은 ‘9회말 2아웃 역전 드라마’로 끝났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과 비슷하다.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가 이 후보를 크게 앞섰다. 하지만 이 후보가 정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찍어야 한다는 ‘인물론’을 내세우면서 강원도지사 선거는 요동쳤고 결국 이변을 낳았다. 민선 15년 동안 최각규(자민련) 김진선(한나라당) 지사가 연이어 도지사를 지낼 만큼 보수 성향이 강한 강원도에서 ‘노(盧)의 남자’가 새롭게 당선됐다.
이 당선자는 노 전 대통령의 20년 정치적 동지로, 참여정부 시절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과 더불어 ‘좌(左)희정, 우(右)광재’로 불릴 정도로 핵심 실세로 통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처음 정치에 입문한 1988년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2002년 노무현 후보 선대위 기획팀장, 2003년 2월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맡았다. 17대 총선 때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당선됐다.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 강원도당위원장, 전략기획위원장 등을 거쳐 18대 총선 때 통합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검찰 수사와 내사를 10여 차례나 받았다. 결국 지난해 3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구속 5개월 만에 보석으로 풀려난 뒤 봉하마을로 내려가면서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듯했지만 ‘강원도의 운명을 바꾸겠다’며 도지사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이 당선자에게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 당선자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5만 달러와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4814만원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 상고심에서 판결이 확정된다면 직을 상실하게 된다. 보수 정서와 여당 정서가 강한 강원도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춘천=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