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국민의 선택] 기초 단체장 판세, 한·민 텃밭 독식…수도권 야당 선전
입력 2010-06-02 23:50
전국적으로 228명의 기초단체장을 선출한 2일 지방선거에서는 예상대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텃밭인 영남과 호남에서 거의 대부분을 독식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이 거의 싹쓸이했던 수도권(66곳)의 경우 민주당과 무소속 등이 절반 이상을 되찾아오는 등 야권의 선전이 돋보였다. 충청권에서는 자유선진당이, 호남권에서는 무소속이 좋은 성적을 냈다.
◇수도권, 야권 두 자릿수 탈환=25곳에서 구청장 선거가 치러진 서울에서는 당초 예상을 깨고 민주당이 뒷심을 발휘해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4년 전 선거에서는 25곳 모두 한나라당이 승리를 차지했었다.
여당은 전통적으로 지지율이 높은 지역인 강남 서초 송파 등 강남 벨트와 용산 중구 등 중부권에서 선전했지만 다른 곳에서는 힘을 못 썼다. 한나라당 권영세 서울시당위원장은 당초 20석 정도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반면 민주당은 구로 관악 강서 등 서울 서남권과 강북 중랑 등 서울 동북권 등 옛 야권 강세지역에서 두루 승리했다. 민주당 한명숙 서울시장 후보가 50% 안팎의 지지율을 얻는 등 막판에 선전하면서 덩달아 기초단체장들까지 득을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에서는 31곳 선거구에서 한나라당이 절반 정도에서 승리를 거뒀고, 민주당도 10곳 정도를 건졌다.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민주당이 20곳 가까이에서 우세를 보였었지만 천안함 사태 여파로 한나라당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여당 후보들이 웃었다.
10곳에서 선거가 치러진 인천은 당초 한나라당의 압승이 기대된 것과는 달리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 선전한 여파가 기초단체장까지 확산되면서 여야가 기초단체장을 절반 정도씩 나눠 갖는 결과가 도출됐다.
◇영·호남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독식=한나라당은 대구 부산 울산 경북 경남 등 영남권 기초단체장 선거(전체 70곳)에서 60곳 가까이 압승을 거뒀다. 나머지 지역은 공천에 탈락해 여당을 탈당한 후보들이 승리한 곳이거나 울산 북구 등 민주노동당 지지율이 높은 곳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부산에서 광역단체장 후보가 예상을 뛰어넘은 30% 안팎의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기초단체장은 한 자리도 챙기지 못했다.
광주와 전북 전남 등 모두 41곳에서 선거가 치러진 호남에서는 민주당이 30석 가까운 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전남 화순, 강진, 전북 김제, 정읍 등 나머지 지역에서는 민주당 아성을 뛰어넘고 무소속 후보들이 승리했다.
◇충청은 선진당 저력, 강원은 한나라 우세=대전과 충남·북 등 충청권 33곳에서 치러진 선거에서는 선진당이 절반 가까이를 휩쓸었다. 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선거운동 기간의 대부분을 이 지역에 머물며 지원유세에 나선 게 효과를 거둔 때문으로 분석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한 자릿수 승리에 불과해 광역단체장 후보의 선전에 비해선 초라한 성적이었다.
18곳에서 선거가 치러진 강원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들이 영동지방과 영서지방에서 고르게 지지를 받아 3분의 2 정도에서 승리를 차지했다. 천안함 영향 때문인 듯 강원 북부지역에서는 ‘안보 투표’ 경향이 나타나 여당 후보들이 대부분 손쉽게 승리했다.
민주당은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가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5자리도 못 건지는 등 보수적 색채의 지역정서를 뛰어넘지 못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