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국민의 선택] 고질적 지역주의 그대로… 아성 불변한 영호남
입력 2010-06-02 23:43
6·2 지방선거에서도 한국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지역주의 구도는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다. 경남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가 보이기는 했지만 나머지 영남과 호남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구에서 여야의 아성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불변이었다.
2일 저녁 6시 발표된 KBS MBC SBS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한나라당은 텃밭인 대구 경북 울산 부산 등 경남을 제외한 영남권 4곳에서, 민주당은 오랜 연고지인 광주와 전남·북 등 호남 3곳에서 뚜렷한 우세를 보였다.
양당 후보 간 득표율 격차가 가장 작은 부산시장 후보의 경우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가 57%,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43%로 예측됐다. 대구시장은 한나라당 김범일 후보 76.4%, 민주당 이승천 후보 15.3%, 울산시장은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 63%, 민주노동당 김창현 후보 27.9%, 경북지사는 한나라당 김관용 후보 78%, 민주당 홍의락 후보 13%로 각각 집계됐다.
광주시장은 한나라당 정용화 후보 13.1%, 민주당 강운태 후보 58.8%, 전북지사는 한나라당 정운천 후보 16.4%, 민주당 김완주 후보 72.9%, 전남지사는 한나라당 김대식 후보 11.6%, 민주당 박준영 후보 72.2%로 조사됐다. 이 같은 수치는 개표가 진행되면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고 당락 또한 요지부동이었다.
이로 인해 절대적 취약지에 출전했던 각 당 후보들은 여러모로 불리한 환경에서 나름대로 의미 있고 헌신적인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바보들의 도전’에 그치고 말았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 노무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던 민주당 김정길 부산시장 후보,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큰 시련을 겪은 뒤 출마를 결심한 한나라당 정운천 전북지사 후보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양상은 과거 지방선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06년 5·31 지방선거 때 한나라당의 철옹성인 대구시장 선거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 부산시장 후보로 나섰던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나름대로 선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쓴잔을 마셨다. 반대로 한나라당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남에서 전남지사 후보로 출마한 박재순 전 전라남도 기획관리실장, 전북지사 후보로 나선 문용주 전 전라북도 교육감 등이 추풍낙엽이 되고 말았다.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은 수도권·영남권·충청권을 석권하며 전국 16곳 광역단체장 선거 중 12곳을 휩쓰는 압승을 거뒀음에도 호남권에서는 단 한 석도 건지지 못한 바 있다.
대선이나 총선과 마찬가지로 역대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영남’ ‘민주당(또는 열린우리당)=호남’ 등식이 성립한 것은 무엇보다 지역구도 문제가 주원인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정 당에 대한 민심이 냉랭하기 짝이 없는 지역이다 보니 애초부터 인물 선거나 정책 선거가 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에서도 천안함 침몰, 4대강 사업, 무상급식, 전교조 문제 등 여러 이슈가 있었지만 이들 지역에서는 선거 판세를 좌우할 근본 요인이 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구도는 워낙 오랜 세월에 걸쳐 정치적·경험적·정서적 이유로 형성됐기 때문에 단시간 내 틀이 깨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싹쓸이하는 선거 양태가 민주주의 정착에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