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민심 ‘결정타’… 하토야마號 8개월만에 좌초
입력 2010-06-02 22:14
변화를 추구하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의 신정치가 2일 민심이반으로 좌초됐다.
특히 일본 정가의 ‘투톱’인 하토야마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이 동반 퇴진함으로써 당분간 권력 공백 속에 정국 혼란이 불가피하다. 민주당으로선 ‘투톱 동반 퇴진’이라는 극약처방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할지 미지수다.
◇“국민이 여당을 떠났다”=하토야마 총리의 낙마를 이끈 외형적 사유는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정치자금 의혹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지난해 8월 중의원 선거 직전 “후텐마 기지를 최소한 오키나와현 밖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고, 지난해 12월에는 ‘5월 말까지 해결’ 카드를 꺼낸 데 이어 올 4월에는 총리직까지 걸었다. 그러나 미국의 완강한 반대와 천안함 사태가 터지면서 지난달 말 헤노코 이전안으로 회귀했다. 합의안에 반대한 사민당 당수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소비자담당상을 파면해 연립정권 붕괴를 초래했다.
정치자금 의혹도 불거졌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지난해 12월 모친으로부터 정치자금 10억엔을 받고서도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혐의로 총리 본인이 아닌 당시 비서를 기소했고 하토야마 총리는 공개 사과까지 했다. 오자와 간사장의 정치자금 의혹도 집권 여당 지도부의 도덕성을 크게 훼손시켰다.
결정타는 이번주 초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결과였다. 출범 당시 70∼80%대였던 내각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했다. 하토야마 총리의 말바꾸기와 리더십 부족, 소통 부족 등에 실망한 국민들이 등을 돌렸다. 하토야마 총리는 민주당 중의원·참의원 합동 총회에서 “국민들이 집권 여당의 말을 전혀 듣지 않게 됐다”고 시인했다.
미국과의 대등 외교, 탈 관료를 주창하며 ‘54년 자민당 지배’ 체제를 무너뜨린 하토야마 총리는 국민의 불신 속에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간 나오토-오자와 대리인 체제’=오자와 간사장은 여전히 중·참의원을 합해 150여명의 의원을 이끌며 차기 구도를 결정지을 수 있는 ‘킹 메이커’다. 그런 탓에 ‘내각은 오자와 지지 총리, 민주당은 오자와 대리인’ 체제가 유력하다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는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겸 재무상이다. 1996년 민주당을 결성한 원년 멤버인 간 부총리의 파벌 의원은 40여명에 불과하지만 오자와 간사장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민주당 내 반(反)오자와 간사장의 상징 인물로 꼽히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도 후보군에 포함됐다. 지난해 민주당 대표 선거에서 하토야마 총리에 맞서 선전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과 ‘예산 재배분’ 사업 등으로 인기를 얻은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행정쇄신상, 반(反)오자와파의 후견인 역할을 해온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국가전략담당상 등도 거명된다.
그러나 새로운 ‘얼굴 마담’을 내세울지라도 ‘오자와의 대리인’이라는 인식을 쉽게 바꿀 수가 없어 민주당의 참의원 선거 승리가 쉽지 않다는 게 일본 언론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