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국민의 선택] 한나라 패배…민심은 소통을 원했다
입력 2010-06-03 01:22
한나라당이 2일 실시된 제5회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패배했다. 한나라당은 당초 예상과 달리 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힘든 선거를 치렀다. 충청권과 전통적인 텃밭인 강원, 경남에서는 야권후보들에게 밀렸다.
반면 이광재 안희정 후보 등 친노 세력은 정치적으로 재기했다. 민심이 천안함 사태에도 불구하고 안정보다는 견제를 선택한 것이다.
밤 12시 현재 중앙선관위 개표 결과, 광역자치단체장의 경우 한나라당은 부산 허남식, 대구 김범일, 울산 박맹우, 경기 김문수, 경북 김관용 후보 등 5명, 민주당은 인천 송영길, 광주 강운태, 강원 이광재, 전북 김완주, 전남 박준영, 경남 김두관 후보 등 6명의 당선이 유력하다. 자유선진당은 대전 염홍철 후보 1명의 당선이 확정적이다.
서울 충북 충남 제주 등 4곳은 오차범위내 접전을 계속했다. 서울시장의 경우,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1% 포인트차 접전을 벌였다.
이 가운데 친노 그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강원지사에 민주당 이광재 후보와 경남지사에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당선이 유력하고, 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를 앞서고 있다. 국민들이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견제세력으로 민주당 대신 40대 친노세력을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8명을 뽑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민주당과 무소속이 약진했다. 민주당은 66명을 선출하는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과반 확보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구청장 25개를 석권했으나, 이번에는 민주당이 상당수 지역에서 승리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텃밭인 영남과 호남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하는 양상도 나타났다.
지난 3월 26일 천안함 사태가 발생했고, 초유의 ‘북풍(北風)’이 두 달간 불면서 여권에 유리한 선거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6곳에서 초접전이 계속됐다. 국민들이 여권의 일방주의적 국정운영 방식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진 이번 선거가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된 셈이다.
지방선거 결과가 여당에 대한 경고임이 분명해지면서, 향후 정국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사업 등도 일정 부분 속도조절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책임론에 시달릴 전망이며, 내각과 청와대 개편은 폭이 커질 수밖에 없을 듯하다.
투표율은 54.5%로 잠정 집계됐다. 1995년 제1회 지방선거 투표율(68.4%) 이후 15년 만에 최고 투표율이다. 특히 제주(65.1%), 강원(62.3%), 경남(61.9%), 충북(58.8%) 등 접전 지역의 투표율이 높았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