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입장 표명 왜 없나… 어정쩡한 중국, 장고? 물타기?
입력 2010-06-02 22:22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가 임박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태도가 확고히 입장을 밝히기 위한 장고(長考) 차원인지, 물타기 전략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 “천안함 사건은 매우 복잡한 사건”이라며 “우리는 여전히 진지하고 신중하게 연구하고 각 분야의 정보를 평가·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1차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발언 내용을 표면적으로 보면 일단 중국은 신중하게 장고하고 있으며, 입장표명도 할 것으로 읽힌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지난달 28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당시 “사태의 시시비비를 가린 뒤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판단해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원 총리는 “그 결과에 따라 누구도 비호하지 않겠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이 평가·분석 작업을 끝낸다 할지라도 북한과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또 설사 발표하더라도 한국의 조사결과를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등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중국이 줄곧 ‘매우 복잡한 사건이다’ ‘1차적인 자료를 확보하지 않았다’는 등 조건을 제기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특히 1차적인 자료는 조사에 직접 참여해야만 가능한 것으로, 사실상 명확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기 위한 핑계로도 볼 수 있다. 러시아의 해군 전문가들이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방한했지만, 같은 요청을 받은 중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국제적인 대북강경 분위기에 일단 시간을 끌면서 물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1일 “국제사회의 의견일치에 중국이 동참하기를 기대한다”고 거듭 압박하고 나섰지만 중국은 요지부동이다. 원 총리는 일본 NHK의 프로그램 ‘클로즈업 현대’와의 인터뷰에서도 “어느 한쪽을 옹호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보리 회부와 관련해선 “각국 상황이나 반응을 진지하게 검토해서 태도를 결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베이징 고위소식통은 2일 “국제적인 비난여론을 의식하고 있는 중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 느낌”이라며 “안보리 회부까지 모호하고 불분명한 태도를 유지하다 논의 과정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반영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