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국민의 선택] 세종시·4대강 사업 등 브레이크… MB 집권 후반기 ‘빨간불’

입력 2010-06-02 22:22

6·2 지방선거가 마무리되면서 향후 정치 지형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당초 압승하리라는 예상과 달리 여당이 곳곳에서 고전하면서 이명박 정부 하반기 정국 구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세종시 수정안 추진은 사실상 어렵게 되고, 4대강 사업도 순조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존재감을 잃고 고전을 면치 못하던 야당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MB, 집권 후반기 구상은=대규모 개각과 청와대 인적 쇄신이 예상된다. 당초 정운찬 국무총리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경제팀은 유임에 무게가 실려 있었으나 이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김태영 국방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천안함 사태와 관련된 문책성 인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천안함 후속 대책, 올 11월 G20 정상회의 등을 고려하면 유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 상태다. 사회정책팀은 대거 교체될 전망이다. 정정길 대통령실장과 일부 수석도 물갈이 대상으로 떠올랐다. 선거에서 민심 이반이 확인된 만큼 내각과 청와대 물갈이를 통해 집권 중반기의 피로감을 씻어내고, 남은 2년반을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여당, 격랑 속으로=선거를 지휘해 온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선거 책임론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정 대표는 여당 승리시 7월 전당대회에서 재신임을 받으리란 관측이 유력했으나, 이번 결과로 도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정병국 사무총장, 정두언 선대위 스마트전략위원장 등 친이 주류세력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반면 선거 기간 동안 지역구에 머물렀던 박근혜 전 대표는 ‘선거의 여왕’임을 입증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게 됐다.

이에 따라 7월 전당대회에서 향후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계파 간 경쟁이 극대화될 수 있다. 수면 아래로 잠복해 있던 이재오 권익위원장의 당 복귀 문제가 급부상할 전망이다. 친박계에서도 유력한 당권 도전자를 내세울 가능성이 커졌다. 당청 관계 역시 원점에서 재검토될 전망이다. 아울러 6월 국회에서 세종시 문제를 마무리짓겠다던 여권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4대강 사업, 검·경 개혁 등 이명박 정부의 핵심 과제 추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하반기 유력 과제로 손꼽혔던 개헌 이슈도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야권, 친노계 부활할까=하반기 국회에서 민주당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정세균 대표는 한층 공고해진 입지를 토대로 8월 전당대회에서 재신임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학규 전 대표도 이번 선거의 공을 인정받으며 차기 대권플랜을 본격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친노무현, 386세력은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와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의 선전으로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친노, 386세력과 구 민주계 세력 간의 계파 갈등이 선거 결과를 둘러싼 공과 논쟁으로 번지면서 봉합되는 대신 본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