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국민의 선택] 유시민 ‘차기주자’로 눈도장… 김두관 ‘리틀 盧’ 이미지 굳혀

입력 2010-06-02 18:20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는 승패와 관계없이 주목받는 정치인으로 거듭난 인사들이 있다.



우선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는 이번 선거를 통해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역대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서울시장 선거였으나 이번 선거만은 경기지사 선거가 더 관심을 끌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유 후보가 지닌 ‘흥행성’이 재확인됐다. 유 후보는 국내 선거에서 최초로 ‘유시민 펀드’를 제시, 3일 만에 40억원 이상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또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는 경선룰이 불리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승부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해 0.96% 포인트 차 신승이라는 드라마틱한 결과를 연출했다. 특히 유 후보 캠프가 보여준 선거운동 방식, 즉 조직보다는 마니아 지지층과 인터넷 등을 이용한 유권자 참여 중심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선거운동 방식은 향후 총선과 대선에서 적용될 수 있는 연구 사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선전한 후보로는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를 꼽을 수 있다. 김 후보는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에서 예상을 깨고 선거운동 내내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와 지지율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초접전 레이스를 펼쳤다. 그러나 김 후보의 선전에는 ‘돌풍’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않다. 2번의 도지사 선거에서 낙방했던 김 후보는 2년 반 전부터 주민들과 호흡을 맞춰왔고, 일찌감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꾸준히 바닥표를 다져왔다. 김 후보는 선거운동에서도 이른바 대구·경북(TK) 지역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경남에서 ‘견제론’과 ‘경남 소외론’을 설파하며 한나라당 독주에 대한 견제 심리를 자극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김 후보는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 소신을 보여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애착이 큰 경남 유권자들에게 ‘리틀 노무현’ 이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켰다는 성과도 거뒀다.

정치 신인 중에서는 자유선진당 지상욱 서울시장 후보가 돋보였다. ‘배우 심은하 남편’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선거를 통해 거침없는 소신 발언이 높은 점수를 받으며 ‘정치인 지상욱’으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TV 토론 등을 통해 “서울시민이 꼭 누려야 할 건강과 주거,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선 정치꾼이 아니라 공학도(도쿄대 건축공학박사) 출신 젊은 일꾼을 뽑아달라”고 호소했다. 또 젊은 이미지에 맞게 트위터, 미투데이, 미니홈피 등 대부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운영하는 한편 블로그, 공식홈페이지 등의 운영도 병행하는 등 가장 폭넓게 IT를 활용한 후보로도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선 여야 전략가들의 지략 대결도 볼 만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권 내부의 견제로 2년 가까이 은연 자중했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지방선거기획단장에 이어 중앙선대위 스마트전략위원장을 맡아 여당 선거 전략을 주도했다. ‘선거에 대해 본능적으로 잘 안다’고 평가받는 정 의원은 고비마다 맥을 짚었다. 선거운동이 본격화하기 전 여론조사에서 수도권 세 곳 모두 한나라당 후보들이 압도적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 의원은 “수도권 광역단체장 모두 어렵다”며 야권 성향 숨은 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또 천안함발 북풍 이슈가 정국을 장악하자, 역대 북풍이 결코 여당에 유리하지 못했다는 사례를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 당내 분위기를 다잡기도 했다. 본격 선거운동에 들어서는 정 의원은 “이번 6·2 지방선거는 (여당이 패배해 온) 지금까지 (지방선거) 패턴을 깨는 최초의 선거가 될 것”이라며 대세론 확산에 주력했다.

민주당 선거 전략을 이끈 김민석 선거대책본부장은 야당 내 대표적인 기획통답게 전 정권 대 현 정권 대결 구도와 안보 이슈로 몰아붙이는 여권에 맞서 ‘국민 대 MB(이명박 대통령) 대결’의 프레임으로 가져가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또 선거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로 ‘야권 연대’를 추진하는 등 선거 연합 논의를 주도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