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성범죄 피해자, 진술 일부 번복해도 인정해야”

입력 2010-06-02 18:16

술에 취한 성범죄 피해자가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진술을 바꿨어도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상철)는 2일 구직 면담을 하러 온 여성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잠든 틈을 타 성폭행한 혐의(준강간)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 손모씨가 성폭행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진술이 다른 점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상황에 대해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술에 취해 이성적으로 대응할 수 없는 사람의 진술 신빙성을 정상적인 상태의 사람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8년 2월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에서 채용할 예정이던 손씨를 만나 면담 명목으로 소주 3병을 나눠 마신 뒤 자취방을 따라가 손씨가 잠든 틈을 이용해 강제로 성관계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성폭행 상황에 대한 손씨의 진술 일부가 번복돼 유죄를 입증할 만큼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합리적 이유 없이 손씨 진술을 배척했다며 항소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