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감에 울던 ‘싱글맘’ 말씀으로 위로 ‘벙글맘’… 다비다자매회 회원들, 다함께 부르는 희망가
입력 2010-06-02 18:59
“깜깜한 벼랑 끝에 혼자 서 있는 느낌이었어요. 구멍 뚫린 가슴으로 바람이 들락날락하는 그런 기분 느껴본 적 있으세요?”
홀로된 사람들은 모두 이런 상실감과 허망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홀로된 싱글맘들은 마음의 문을 닫고 산다. 그러나 이들과 달리 서로 사랑으로 섬기며 회복하고 소망을 되찾는 기독 싱글맘들도 있다. 이들은 어떻게 역경을 극복했을까. 한국 사회에서 부정적 시각을 이겨내고 믿음으로 승리한 이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정릉의 다비다자매회 쉼터를 찾았다.
김혜란(60·성산동 나눔교회) 전도사는 1989년 급성 폐암으로 남편과 사별했다. “갑자기 준비 없이 혼자가 되자 상실감과 상처뿐이었어요. 남편이 떠남으로 남편과 함께한 내 과거, 함께 교제했던 친구들도 모두 없어져버렸어요.”
남편의 부재로 인해 다른 사람이 불쌍히 여기는 대상이 돼버렸다. 김 전도사는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창피했다. 마음의 준비 없이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하게 된 아이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은 아빠처럼 엄마도 갑자기 없어질까 봐 불안해했다. 결국 1년간 마음을 잡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방송에 나온 한 목사님의 설교에서 힘을 얻었다. ‘진정한 인생의 승리’는 ‘이 땅에서 하나님 잘 믿고 하나님 품에 안기는 것’이라는 말씀은 그녀에게 생수와 같았다. 남편은 실패자가 아니고 성공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준 이 말씀이 큰 위로가 됐다. 이를 계기로 하나님과 화해했다. 김 전도사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같이 상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웃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여겨졌다. 교회 주보를 보고 홀로된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위로하기 시작했다.
이동계(60·방학동 나눔교회) 권사 역시 남편과 갑자기 사별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이 권사는 자녀들이 “애비 없는 자식이라 버릇없다”는 말을 듣지 않게 하기 위해 애썼다. 그래서 지나치게 엄하게 아들딸을 키웠다. 언제나 순종만 하던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자 반항하기 시작했다. 엄마 말에 모두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이 권사를 힘들게 했던 것은 아들뿐이 아니었다. 세상의 편견보다 가족의 편견이 더 큰 상처가 됐다. 그는 사별 후에도 명절에는 시댁에 갔다. 거기서 그녀는 부엌일만 하다 돌아왔다.
“시댁에 가면 어느 섬에 혼자 있는 것 같았어요. 아무도 저에게 말을 걸거나 위로해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이 권사에게는 “어떻게 지냅니까. 애들은 잘 자랍니까”라는 위로의 말이 필요했지만 아무도 다가오지 않았다. 목사님께 고민을 털어놓았다. 목사님은 “시댁에 안 가도 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목사님의 이 말에 이 권사는 힘을 얻었다. “지금 죽어도 하나님 나라에 갈 수 있다는 소망 하나로 다시 일어났어요” 이후 아들도 성실하게 신앙생활을 하며 가정을 이루었다.
전신애(46) 집사는 이혼 후 지난해 재결합했다. “사소한 것이 발단이 돼 이혼한 후 하나님이 가정회복에 대한 찔림을 주셨어요. 5년간 마음을 닫고 지냈어요. 그러나 하나님이 작업을 다 해 놓으셔서 다시 한번 기회를 가져보기로 했어요.”
임명숙(60·고덕동 대양교회) 권사는 이혼 후 아들을 홀로 키웠다. 아들은 오랜 기간 방황했다. 매일 하나님께 “왜 내게 엄마 자리를 주셨느냐”고 울며 기도했다. 결국 아들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 그녀와 하나님과의 관계도 회복됐다.
이들은 1994년 싱글맘 사역을 고민하던 목회자와 사모들이 설립한 다비다자매회에 모였다. 개인적으로 싱글맘 사역을 하던 김 전도사를 회장으로 세웠다. 초창기 회원인 이 권사는 상담학을 공부하고 상담 사역을 하고 있다. 임 권사는 주님의 복음을 전하고 전 집사는 사무장으로 섬기고 있다. 이곳에서 회복된 싱글맘들이 다시 다른 여성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정회원수는 150명을 넘고 있다.
김 전도사는 “매월 넷째 토요일에 함께 모여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며 “우리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사역은 중보기도 사역”이라고 밝혔다.
다비다 자매회는 회원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모아 ‘외발수레’(교회성장연구소)를 이달 출간할 예정이다. 김 전도사는 “싱글맘 사역은 하나님이 원하는 일이므로 교회 공동체의 관심과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글·사진=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