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 지점도 외환건전성 규제”… 정부, ‘외환시장 안정’ 고강도 종합대책 추진

입력 2010-06-02 17:59


정부가 급격한 외화 유출입에 따른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외국은행 국내지점을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외환건전성 제고를 위한 강도 높은 종합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2일 알려졌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계기로 불거진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규제를 신설하는 것은 물론 은행 및 기업의 선물환 거래에 대한 규제도 한층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외은지점에 대한 규제이다. 외은지점은 국내 은행과 달리 외화유동성비율과 중장기외화대출재원 조달비율, 외화안전자산 보유 최저한도 의무화, 외화유동성 리스크 관리기준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그동안 외은지점이 국내에 외화를 공급하는 창구역할을 하면서도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았지만 자기자본 대비 외화부채의 비율을 일정수준으로 제한하는 ‘레버리지’ 규제를 통해 외은지점의 과도한 차입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외화를 과도하게 차입해온 외은지점에 대해서도 외환건전성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일부 외은지점은 자기자본 대비 외화부채가 700∼800%인 곳도 많아 이를 규제하지 않으면 외환시장은 급격한 변동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국내 은행에만 적용해온 외환건전성 감독규정을 외은지점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은지점에 대한 규제로는 잔존만기 7일 이내 외화자산에서 7일 이내 외화부채를 뺀 액수를 외화총자산으로 나눈 수치가 -3%를 넘어야 하는 7일 갭 기준 등 유동성 규제가 유력하다.

외은지점과 국내은행에 동시에 적용될 새로운 규제로는 선물환 포지션 한도 도입이 대표적이다. 선물환 포지션이란 미래 시점에 특정 통화를 매입 또는 매도하려는 상태를 말한다.

현재 정부는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에 대해 현물환 포지션과 선물환 포지션을 합한 종합포지션을 자기자본의 50% 이하로 유지토록 하고 있지만 선물환 포지션 자체에도 국내은행은 50%, 외은지점은 250% 포지션 한도를 차등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 과도한 환 헤지를 방지하기 위해 기업들의 실물거래 대비 125% 이상의 선물환 거래를 억제토록 한 조항도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125% 비율 자체를 낮추는 방안과 125% 비율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기업의 선물환 거래한도를 실물거래의 125%로 제한했는데 느슨한 측면이 있다”며 “단순하게 봐도 우리나라 수출 규모가 4000억 달러인데 실물거래 초과분인 25%를 적용하면 1000억 달러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외환건전성 규제방안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원칙 하에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조율하고 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