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민태원] 네잎 클로버와 나로호

입력 2010-06-02 17:54


‘행운’ 하면 떠오르는 것이 네잎 클로버다. 네잎 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 된 이유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프랑스 나폴레옹의 일화다. 나폴레옹이 말 위에서 전쟁을 지휘하던 중 우연히 말굽 옆에 있던 네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고개 숙여 잡으려고 하는 순간, 머리 위로 총알이 날아가 죽음을 모면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유럽의 전설에 따르면 네잎 클로버의 첫 번째 잎은 희망, 두 번째 잎은 믿음, 세 번째 잎은 사랑을 의미하고 네 번째 잎이 바로 행운을 상징한다. 네잎 클로버는 통계적으로 2만개의 세잎 클로버 가운데 1개 섞여 있을 정도로 찾기가 매우 힘들다. 어릴 적 네잎 클로버를 찾으려 두 눈이 빨개지도록 잔디밭을 훑어보았던 기억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그만큼 쉽게 얻을 수 없기에 행운이라는 꽃말이 붙은 듯하다.

교육과학기술부 김중현 2차관은 양복 주머니 안쪽에 네잎 클로버를 넣고 다닌다. 코팅된 잎사귀 옆에 ‘우주강국의 꿈,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라는 글귀가, 뒷면에는 지난해 8월 나로호(KSLV-1)의 1차 발사 장면이 새겨 있다.

과학기술 분야 정책을 총괄하는 김 차관은 지난 4월 초 나로호 2차 발사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를 찾았을 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주진 원장에게 네잎 클로버 80여개를 선물했다.

우주 강국의 꿈을 향해 남도의 끝 외나로도에서 밤낮 없이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기술진에게 ‘행운’을 전해주고 싶은 간절함을 담았다고 한다. 이 원장은 이 네잎 클로버를 연구원들에게 하나씩 나눠줬고, 모두 고이 간직하고 있다. 김 차관은 얼마 전부터 네잎 클로버 열쇠고리까지 만들어 만나는 사람마다 나눠주고 있으며 4월초부터 머리도 깎지 않고 있다.

교과부 김영식 과학기술정책실장이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은 대중가요 ‘무조건’이다. ‘무조건’ 나로호 2차 발사가 성공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다. 그는 가사 중 일부를 나로호와 연관시켜 개사해 부르기도 한다. ‘꿈이 필요할 땐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쏘아 줄게’라는 식이다. 김 실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노력이 결합된 2차 발사인 만큼 성공을 기원하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고 말한다.

오는 9일 나로호의 2차 발사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요즘 교과부 공무원들의 나로호를 향한 염원은 신념을 넘어 신앙에 가까울 정도로 강렬하다. 성공을 확신하는 교과부 공무원들의 기발한 해석도 나온다. 나로호에 탑재되는 과학기술위성 2호가 우주에서 발사체 상단부로부터 분리되는 540초는 나로호 발사 성공을 사실상 판가름 짓는 시점이다. 교과부 관계자들은 “2010년 6월 9일에 발사하니까 10과 6, 9를 곱하면 540”이라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나로호 발사 실무를 맡고 있는 항공우주연구원의 기술진들도 비슷한 심정이다. 박정주 발사체체계사업단장의 건배사는 항상 ‘성공을 위하여’다. “두 번 실패는 없다. 반드시 성공한다는 각오로 발사일을 기다리고 있다”는 박 단장의 말에서 비장함까지 묻어난다.

지금까지 우주 발사체를 스스로의 힘으로 쏘아 올린 국가들의 첫 발사 성공률은 27.2%에 불과하다. 자력 위성 발사국 모임인 ‘스페이스 클럽’에 첫발을 내딛는 행운을 얻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나로호 1차 발사에서 위성을 우주궤도에 올리지 못해 결국 실패의 쓴 맛을 봤다. 김중현 차관이 네잎 클로버로 나로호 발사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나로호 2차 발사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성공 발사를 노심초사 바라는 것은 정부 관계자뿐 아니라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남은 기간 철저한 준비를 통해 나로호가 이번만큼은 꼭 위성을 제 궤도에 올리는 당찬 모습을 봤으면 한다. 최근의 천안함 사태와 남북 관계 대치로 가라앉은 국민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차원에서도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민태원 생활과학부 차장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