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 갱신’ 숨 가쁜 스마트폰 제조사
입력 2010-06-02 17:54
스마트폰 제조사의 일은 제품을 잘 만들어 파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끊임없이 운영체제(OS)를 갱신해줘야 한다. 이미 판매한 제품의 성능을 개선시키는 일종의 애프터서비스(AS)다. 신속하고 꾸준한 OS 업그레이드는 제조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OS 후발주자인 구글 안드로이드는 비용 부담 없이 마음대로 가져다 쓸 수 있어 전 세계 제조사들에게 인기가 높다. 하지만 OS 갱신 주기가 워낙 빨라 제조사들을 애먹이고 있다. 2008년 9월 1.0버전이 등장한 이후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5(별칭 컵케이크) 1.6(도넛) 2.1(에클레어) 2.2(프로요)까지 나왔다.
LG전자가 최근 공개한 안드로이드폰 ‘옵티머스Q’는 제품이 나오기도 전부터 소비자들의 OS 업그레이드 요구가 빗발쳤다. 1.6버전을 탑재한 옵티머스Q가 공개되기 나흘 전인 지난 20일 구글이 2.2버전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결국 LG전자 측은 1일 “옵티머스Q(통합LG텔레콤용)와 옵티머스Z(SK텔레콤과 KT용) 출시 후 2.2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OS 업그레이드 문제 때문에 곤란한 처지가 됐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인가젯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T모바일을 통해 안드로이드폰(1.5버전) ‘비홀드2’를 출시하면서 향후 2.0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했으나 최근 “1.6버전으로만 갱신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꿔 현지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조만간 100여 개국에 동시 출시하는 글로벌 전략폰 ‘갤럭시S’와 앞서 내놓은 ‘갤럭시A’는 현 2.1버전에서 2.2로 갱신할 예정이다. 팬택도 2.1버전으로 출시한 ‘시리우스’의 OS 업그레이드를 약속했다.
KT가 이달 중에 들여오기로 한 구글의 첫 자체 제작폰 ‘넥서스원’은 이미 올해 초 해외에 출시된 ‘철 지난 제품’이지만 2.2버전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일약 관심을 끌었다.
제조사 입장에서 잦은 OS 업그레이드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새로운 OS 버전을 그대로 적용시키는 게 아니라 고유의 기능을 집어넣는 등 자사 하드웨어에 최적화시키고 각종 테스트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비용과 인력, 시간이 요구된다는 뜻이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도중에 OS 새 버전이 나오면 작업이 아예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소비자에게 OS 업그레이드는 이미 구입한 제품의 성능을 추가비용 없이 개선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때문에 신제품의 OS 버전은 무엇이고 제조사의 업그레이드 방침은 어떠한지가 제품 구매를 결정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이 우선이기 때문에 새 OS 버전이 나올 때마다 어떻게든 단말기에 적용시켜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