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모두에 경고한 6·2 표심

입력 2010-06-02 17:51

여당이 참패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결과는 헌정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16명인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1명 당선시킨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12명이나 배출했다. 기초단체장도 열린우리당은 19명, 한나라당은 155명이었다. 막말과 분열의 정치를 일삼은 노무현 정부에 대해 유권자들이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줌으로써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어제 실시된 6·2 지방선거 역시 이명박 정부 임기 중반에 실시됐으나 표심은 4년 전과 달랐다. 이번에는 특정정당으로의 극단적인 표쏠림 현상이 없었다. 광역단체장 선거가 대표적 사례다. 한나라당 텃밭인 영남의 4곳과 민주당 텃밭인 호남의 3곳을 제외한 나머지 9곳 가운데 5∼6곳이 막판까지 백중지세(伯仲之勢)를 보였다. 여야 어느 쪽도 완승이라고 자평할 상황이 아닌 것이다.

역대 선거결과를 되돌아 볼 때 유권자의 결정은 언제나 현명했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이 지금도 유효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올 지방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이 정치권에 보낸 메시지는 무엇일까. 균형 이룬 상생의 정치를 보여 달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여야는 이런 표심을 제대로 읽어 바꿀 것은 과감히 바꿔 나가야 할 것이다.

여권은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을 경계해야 한다.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에서 그 일면이 드러났듯 여권이 진정으로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한 경우는 거의 없다. 야당에게 일방적으로 따라오라고만 요구하다가 따라오지 않으면 배타적 태도를 보여 온 점을 반성해야 한다.

한나라당이 충청권에서 고전한 대목도 유념해야 한다. 세종시 수정이라는 대형 사업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여권이 밝혀온 대로 세종시 수정이 국가와 충청권이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지지만, 해당지역 민심이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된 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심판론이 유권자들 마음을 크게 움직이지 못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안함 폭침이라는 초대형 사건의 여파가 작용한 결과라고 치부해선 안 된다.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민주당 구호에 유권자들이 적극 호응하지 않은 데에는 민주당에 대한 경고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 민주당이 반대만 하는 정치에서 벗어나 현 정부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정치를 펴는 것이 민심에 부응하는 길이다. 갈등의 정치, 분열의 정치를 접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앞으로 4년간 지방행정과 교육행정을 담당할 일꾼들의 책임도 크다. 선거운동 기간 유권자들에게 다짐한 공약들을 이행함으로써 주민들 삶의 질을 윤택하게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부정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본분을 망각한 과도한 출세욕을 자제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당선자들에 대한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한다. 막대한 예산을 어디에 쓰는지, 지방의회 의원들은 제대로 견제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을 주시해야 한다. 그래야 올바른 지방자치가 앞당겨 정착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