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韓·日 공조 흔들려선 안 된다
입력 2010-06-02 17:45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와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이 어제 사임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8·30 중의원선거에서 자민당 장기 독주체제를 무너뜨리고 등장한 민주당 정권이 8개월여 만에 뒤뚱거리고 있다.
무리한 공약과 추진력 부재가 주된 사임 배경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오키나와현 후텐마 미군기지의 현 밖 이전을 공약했지만 시간만 끌다가 결국 과거 자민당 정권이 추진했던 원안으로 회귀했다. 그 과정에서 미·일 관계는 흔들렸고, 국민 신뢰는 바닥을 쳤다.
정치자금 허위기재도 실망스러웠다. 정치자금 문제는 하토야마 총리뿐 아니라 오자와 간사장도 자유롭지 않다. 이전 정권과는 뭔가 다를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했던 국민의 기대는 일찌감치 무너졌다. 급기야 하토야마와 오자와의 동반 사퇴로 이어졌다.
한 정권의 부침이 무리한 공약과 무능력, 리더십 부재, 부적절한 정치자금 등으로 빚어졌다는 점은 우리나라 정치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교사로서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다만 현 단계에서 우리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일본 정국의 향배다.
총리 사임은 일본의 내부 문제이지만 일본 정국의 불안 고조는 우리에게도 큰 걱정거리다. 이번 총리와 간사장의 동반 사퇴로 민주당 정권이 당장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주저앉은 국민의 지지는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제 코가 석자인데 이웃나라 문제와 역내 이슈에 신경이나 쓸 수 있겠는가.
천안함 사태 이후 어느 때보다 한·일 협력과 공조가 절실하다. 이뿐 아니라 한·일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은 올해 양국 정부가 추진해온 과거사 청산 노력에도 차질이 없어야 한다. 후임 총리 선출 등 일본 민주당의 재빠른 사태수습과 정국 안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