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조각한 정혜례나 사모 전시회
입력 2010-06-02 17:52
[미션라이프]서울 냉천동 감리교신학대학교 100주년기념관에서 시골교회 사모의 조각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감신대 도서관은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의 회심 272주년을 기념한 이번 행사의 초대작가로 강원도 홍천 동면교회의 정혜례나 사모를 택했다. 2일 전시회장에서 정 사모를 만났다.
정 사모는 남편 박순웅 목사와 함께 꼭 20년째 강원도 농촌에서 사역하고 있다. 서울대 조소과를 나온 정 사모는 유학을 준비하던 중 서울 신림교회 전도사였던 박 목사를 만나 1991년 결혼했다. 남편의 첫 목회지는 영월군 주천면 도천교회였다. 애초 몇 년 정도 목회를 하다 도시교회로 옮겨야 겠다고 생각했단다. 그런데 박 목사와 정 사모는 금새 농촌을 사랑하게 됐다. 교회 앞 풍경을 바라보며 숨을 깊게 들이쉴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하나님도 더 가깝게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부부는 94년 1월 홍천 동면교회로 사역지를 옮겨 지금까지 살고 있다. 1500평의 땅을 빌려 감자와 고구마, 옥수수 등 직접 농사도 짓는다. 농촌과 도시 간 농산물 직거래를 주선하는 농도생협 이사장인 남편과 함께 농산물 판매도 한다. 농촌교회 목회자의 아내이자, 1남3녀의 어머니, 농부(農婦)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정사모는 넷째를 출산한 2001년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강원대 예술대학원에도 진학했다.
정 사모는 교회 앞 마당을 작업장으로 삼았다. 그 한쪽에 마련한 컨테이너 박스에는 작업에 필요한 재료와 공구 등을 보관했다. 작품 소재는 농촌에서 경험하고 느끼고, 만난 것들 모두였다.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노트에 스케치하고, 기도하거나 설교를 듣는 중에도 영감이 떠오르면 스케치를 하고 이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대부분이 노인인 40여명의 성도들은 처음에 용접기로 철판을 자르고 붙이는 정 사모를 신기해 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동면교회의 자연스러운 풍경으로 받아들였다. 예배당 십자가, 창문과 벽면 장식 등이 정 사모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오전에는 김을 매고, 오후에는 작품 작업을 하는 식이었죠. 밥을 먹고 살듯이 작업은 나의 시골 삶속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었습니다.”
정 사모는 지난해 가을 감신대로부터 전시회 제안을 받은 뒤 본격 준비를 해왔다. 과로한 탓에 전시회 한달을 앞두고 쓰러져 일주일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땀을 결실로 이번에 ‘X-X(하나님 모습 그대로)’라는 주제로 40여점의 철제 작품을 선보였다. 대부분 십자가와 예수, 인간 군상을 표현한 것들이다. “X는 하나님이고, 다른 X는 우리 자신을 뜻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태어난 인간이 옷을 입고, 사회적 옷을 입지만 하나님을 만나 이런 껍데기들을 벗어던지고 순수한 X로 다시 태어난다면 그 때 온전함에 이를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정 사모는 설명했다.
그는 이 작품들을 통해 하나님의 메시지는 목회자들의 설교뿐 아니라 이런 조각들을 통해서도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이 전시회는 4일까지 계속된다. 수익금 중 일부는 정 사모가 올 여름 캄보디아에 단기선교를 갈 때 장학금으로 전달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