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신의 깜짝 한수] 삶·죽음 가르는 단 한 수
입력 2010-06-02 17:48
한 집도 되지 않는 마지막 공배(空排)를 메우면 한 판의 대국이 끝이 나고 계가를 하고 승패를 가리게 된다. 웬만한 급수에 오르면 보통 끝내기 단계에 들어설 땐 이미 어느 정도 그 대국의 이기고 짐을 알 수 있다. 물론 끝까지 두어 손과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 불계패를 인정하며 돌을 거둘 수도 있다. 이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방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역시나 바둑의 좋은 점은 한 판의 패배로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노력해 볼 수도, 다시 몇 번이고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삶은 한 번뿐이니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더 조심하고 더 열심히 살아봐야겠다.
이번에 소개할 수는 단 한 수로 삶과 죽음이 갈리는 사활이다. 물론 쉽다면 쉬운 사활이지만 돌아가는 이치를 모르면 도저히 풀리지 않는 것이 사활이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한 번 소개해 보기로 한다. 이제 막 바둑을 배우는 걸음마 단계에 들어선 한 지인과 인터넷에서 만나 한 판 지도기를 해 주던 중 나온 실전 사활이다.
17급의 실력을 테스트해 보기 위해 실전 백1로 붙여 봤다(물론 되지 않으면 손해 수이다. 늘 강조하지만 상대의 실수를 응징하지 못하면, 다소 억울하지만, 배로 손해를 보게 된다). 이제 막 배우기 시작한 8점 치수의 그 분에게는 다소 무리였는지 흑2로 응수를 해 백3으로 단수를 쳐 알기 쉽게 흑은 죽고 말았다.
대국이 끝나고 복기를 하며 다시 한 번 풀어보라고 했더니 조금 생각하더니 해답을 찾아냈다. 참고도의 흑1. 그렇다. 흑1로 빠지는 맥을 알 수 있으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백2로 넘자고 해도 흑3으로 찌른 뒤 흑5로 먹여쳐 흑1에 빠져 있는 수와 호흡을 맞추어 백을 혼내 줄 수가 있다. 수읽기란 이런 것이다. 알고 난 뒤에는 너무도 쉽고 그 풀리는 과정이 너무도 재미나지만 모를 때는 깜깜한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인 것. 그러지 않기 위해선 언제나 차근차근 자신의 수와 그 다음 상대의 수를 한 수 한 수 읽어가며 두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누차 얘기하지만 반복 학습도.
엉거주춤 시작했는데 어느덧 2년 반이 넘게 달려왔습니다. 게으름을 부리며 귀찮아했던 때도 있었고, 하고 싶은 얘기를 공개적으로 표출할 수도 있어 보람을 느낀 적도 많았습니다. 좋은 기회가 생겨 헝가리로 바둑 보급을 나가게 되어 깜짝한수도 접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옵소서. 잘 다녀오겠습니다.
<프로 4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