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접전지 6곳 최종 판세… 숨은 票에 울고 웃을 듯

입력 2010-06-01 00:20


인천 경남 충남 충북 강원 제주 등 6·2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주요 접전지 6곳은 선거 마지막날인 1일까지도 지지율이 크게 요동쳤다. 격차가 나도 3∼4% 정도의 오차범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여야 어느 쪽도 결과를 낙관하지 못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1, 2위 후보 간 순위가 역전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특히 인천과 경남 강원의 경우 여야 모두 “투표함을 열어보기 전에는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며 극도로 초조해하는 모습이었다.

◇인천, 여야 모두 “우리가 앞섰다” 주장=선거운동 초반부터 한나라당 안상수 인천시장 후보가 내내 앞서 나갔지만, 지난 주말을 고비로 민주당 송영길 후보의 막판 추격세가 두드러져 오차 범위 내 초박빙 상태로 접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각 후보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결과가 이겼다, 졌다를 오가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표심이 계속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한나라당 이윤성 인천지역 선거대책위원장의 “인천 앞바다에서 천안함이 침몰돼 다행”이라고 한 발언이 돌발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안 후보 측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안 후보 측은 “송 후보의 추격세가 만만찮은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우리가 앞서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 후보 측은 “이미 역전에 성공했으며, 올라가는 추세여서 재역전될 가능성이 적다”고 주장했다.

인천에서는 충청 출신의 숨은 표가 적지 않아 이들의 표심이 어느 후보에게 쏠릴지가 승패와 직결될 전망이다. 또 안 후보가 3선에 도전하고 있어 유권자들이 경륜 및 안정감을 높이 사느냐, 아니면 새로운 변화를 선택하느냐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 투표율이 관건=일반 여론조사에서는 친노무현계 인사인 무소속 김두관 경남지사 후보가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 있다. 하지만 적극 투표층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오히려 김 후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 있다. 이런 추세는 선거운동 마지막날까지도 지속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투표율이 희비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투표율이 낮을 경우 적극 투표층이 많은 이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투표율이 높으면 젊은층이 그만큼 많이 참여했다는 것이어서 젊은층에서 지지율이 높은 김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농촌 지역에서는 이 후보, 도시지역에서는 김 후보가 지지율이 높아 도·농 간 투표율 격차도 승패를 가를 수 있다. 이 때문에 선거운동 마지막 날 이 후보 측은 여당 조직표 동원에, 김 후보 측은 도시지역 투표율 제고를 위해 전력을 다했다. 장년층은 이 후보, 청년층은 김 후보 지지성향이 강하다.

◇강원, 영동 지방 표심이 승패 가를 듯=지난주 초만 하더라도 10% 이상 큰 격차가 있었지만, 이번주 들어 민주당 이광재 강원지사 후보의 막판 스퍼트가 빛을 발하면서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를 오차 범위 내 격차로 따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재 후보 아버지가 최근 선거운동 과정에서 폭행을 당한 사건 이후 동정표가 쏠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계진 후보 측은 “이광재 후보가 진보 성향 민주노동당 후보와 후보 단일화를 한 것과, 대학 때 잘린 손가락 때문에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일 등으로 보수층이 두터운 지역에서 역풍이 불면서 좁혀지던 격차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광재 후보 측은 “원주와 춘천 등 영서지방에서는 지지율이 비슷하지만, 영동지방에서는 우리 후보가 영동을 위해 일을 더 잘할 것이란 여론이 확산되면서 지지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반박했다.

◇충북, 접전 속 야당 조직표 동원에 총력=한나라당 정우택 충북지사 후보가 10% 포인트 안팎의 차이로 꾸준히 앞서 나갔지만, 민주당 이시종 후보가 중앙당과 소속 의원들의 지원에 힘입어 최근 격차를 오차범위 수준으로 좁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충북 지역 8명의 지역구 의원 중 6명이 민주당 의원이어서 이들이 조직표를 총동원하면서 계속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고 한다. 반면 정 후보는 재선의 안정감과 함께 인물론, 중앙정부와의 협력 관계를 내세워 수성(守城)에 나섰다.

충북 역시 세종시 추진과 관련한 ‘숨은 표’가 적지 않아, 이들의 표심이 어떻게 표출될지가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 후보 측은 “충남과 달리 충북은 세종시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인 반면, 이 후보 측은 “여권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에 대한 도민들의 불만이 팽배해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 단일화 효과 투표에도 반영될지가 관건=각각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였다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명관, 우근민 후보가 초박빙 접전 양상이다. 당초 우 후보가 10% 포인트 가까이 앞섰지만, 최근 현 후보가 다른 무소속 후보이던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과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해 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현 후보 측은 “이번 주 들어 우리가 이미 역전했다”고 주장했다.

우 후보 측은 그러나 민주당 고희범 후보의 지지율이 1, 2위 후보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어 우 후보에 우호적인 민주당 지지자들이 사표(死票) 방지 차원에서 우 후보 지지로 돌아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 후보 측은 “단일화에 따른 지지율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부동표 중에는 새 인물을 선호하는 도민들이 많아 승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충남, 무응답층 표심에 달려=민주당 안희정 충남지사 후보가 지난주 박빙의 승부전 끝에 역전에 성공한 뒤 꾸준히 우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가 ‘인물론’ 및 ‘안정론’을 내세워 막판 추격에 나섰다. 특히 충남 인구의 절반이 분포돼 있고, 젊은층 비중이 높은 천안과 아산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높아 안 후보가 유리한 상황이다. 다만, 도시지역 및 젊은층 투표율이 낮을 경우 낭패를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박 후보의 경우 투표율이 높은 장년층 이상 및 농촌에서 지지가 높아 막판 역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당 이미경 사무총장도 “충남은 시골 유권자를 투표소로 실어나르는 것을 막을 민주당 조직세가 없어 확실한 승리를 전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무응답층이 어떤 표심을 갖고 있는지도 관건이다. 박 후보 측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자신 있게 답하지만, 선진당을 지지한다는 사람들은 답변을 꺼리고 있어 실제 투표에서는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안 후보 측은 “무응답층 대부분은 정권을 제대로 한번 심판해보겠다는 사람들로 민주당에 힘을 몰아줄 것”이라고 밝혔다.

손병호 강주화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