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빨라진 ‘천안함 외교전’… 열쇠 쥔 中·러시아 행보 어디로
입력 2010-06-01 00:19
정부가 천안함 외교전에 뛰어든 가운데 열쇠를 쥔 중국과 러시아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일 “중국 정부에 전문가 그룹을 파견해 달라고 제의해 놓았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라며 “(중국 정부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한국의 조사단 파견 요청을 거절했다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한 것이다. 아울러 중국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지난달 28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공언한 만큼 조만간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천안함 대응을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첫 번째는 천안함 침몰에 대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단계다. 중국이 이 단계에서 러시아가 파견한 전문가팀의 조사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러시아 정부는 잠수함과 어뢰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 팀을 한국에 보내 1일부터 우리 정부의 조사 결과에 대한 신빙성 검토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두 번째는 내부 의견 조율 단계다. 원 총리는 일본 몽골 미얀마 순방을 마치고 3일 중국으로 돌아간다. 그 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비롯한 지도부에 한국 등 관련국의 분위기를 전달하고 본격적인 의견 조율을 통해 공감대 형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전문가들의 의견도 중국에 통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 번째는 자국의 전략적 이해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천안함 사태에 행동으로 나서는 단계다. 김흥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한국이 중국의 전문가 파견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면서 “전문가를 파견하지 않는 것은 한국의 조사 결과를 신뢰한다는 의미로도 해석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전문가를 파견해 행동에 스스로 제약을 걸지 않아도 중립국 스웨덴이 포함된 합동조사단 결론과 러시아의 신뢰성 검토만으로 사실관계 파악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북핵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이자 외교통상부 천안함 사태 대책반장인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2일 러시아로 보내 천안함 대응 전반을 협의한다.
정부는 러시아를 끝으로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주변 4강 설득을 일단락하고, 4∼5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9차 샹그릴라 대화에서 외교전 ‘2라운드’에 돌입한다. 이 자리에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 28개국 400여명의 외교관과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하며, 이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