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봉쇄 실태… 높이 8m 장벽 둘러쳐 주스·車도 반입 금지

입력 2010-06-01 00:18


이스라엘군이 공격한 국제구호선 ‘마비 마르마라’호의 행선지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였다.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이 1967년 ‘6일 전쟁’을 벌여 이집트에서 빼앗은 땅이다. 주민 63만여명 중 3분의 2가 넘는 팔레스타인 난민은 87년 이곳에서 최초의 대규모 반(反)이스라엘 팔레스타인 무장봉기인 인티파다(Intifada)를 일으켰다. 약 1000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고, 이스라엘 병사도 164명이 숨졌다. 이스라엘군의 탱크 앞에서 맨손으로 돌을 던지는 소년의 사진은 팔레스타인 저항의 상징이 됐다.

결국 이스라엘은 94년 선거로 수립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인정하고 이곳에서 철수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물러나면서 설치한 높은 콘크리트 장벽이다. 고압 전류가 흐르는 높이 8m의 장벽이 가자지구 주변 60㎞를 틀어막았다. 이집트 접경 11㎞에도 장벽을 설치했다. 무장 저항세력의 무기 반입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이곳을 봉쇄한 것이다.

2007년 선거에서 온건 파타(Fatah) 세력이 물러나고 무장 저항조직 하마스가 집권하자 이스라엘은 40㎞ 길이의 해안선마저 막았다. 이스라엘은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자만 반입을 허락했다. 참치캔과 생수, 커피는 허락됐지만 과일 통조림과 주스, 초콜릿, 자동차, 냉장고, 컴퓨터는 금지됐다. 가자 지구에서 만든 상품은 수출길이 막혔고 청년들은 장벽 바깥에 취업할 수도 없다. 좌절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다시 반이스라엘 운동에 가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엔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 비밀 땅굴에서 가스가 폭발해 6명이 숨졌다. 이스라엘의 봉쇄를 피해 생필품과 무기를 밀수하는 땅굴이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