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일감 줄어 일부 부분 휴업

입력 2010-06-01 00:21

개성공단 입주 의류업체 S사. 이 회사는 지난 31일 북측 근로자 900명 중 학생복 라인 500명이 휴무에 들어갔다. 주문 물량이 없어 기존 인력을 모두 활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식대 등 인건비도 부담이 됐다. 휴직 근로자에게도 정상 급여의 60% 정도를 지급해야 하지만 이를 무릅쓰고 휴직을 시키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 익명을 요구한 회사 대표는 “주요 아이템이 학생복이지만 현재 상황이 좋지 않아 불가피하게 10일 정도 휴무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도 직원 850명 중 500명 정도에 대해 지난 17일부터 휴무를 단행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주문량 감소가 주된 이유다. 안정적으로 물품을 공급받기 어렵게 되자 바이어들이 주문을 꺼린 탓이다. 입주업체 관계자는 “답답하지만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의 북측 근로자들은 월 평균 70달러 정도의 임금을 받지만 잔업수당, 특근비, 식비, 출퇴근비 등을 모두 합치면 110∼140달러를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당초 다음주쯤 재가동을 생각했지만 다른 생산라인에도 물량이 없어 아직 재가동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철골구조를 생산하는 N사. 현지 인력 11명 중 7명만 남기고 4명은 출퇴근을 시키고 있다. 또 다른 의류업체 S사는 상주인원을 16명에서 10명으로 줄였다. 일부 업체들은 상주 직원들이 현지 체류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점을 고려해 매일 모든 직원들을 출퇴근시키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김규철 남북포럼(경협 관련 시민단체) 대표는 “현재 5∼6개 정도 되는 업체가 물량은 줄고 상근자들이 인질이 될 것을 우려해 직원들을 출퇴근시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다른 업체들도 이런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자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의 부분휴업이 잇따르고 있다. 주로 주문자생산방식(OEM) 업체들로 남북관계 경색에 따라 원청업체의 주문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일부 원청업체들은 원부자재 투입도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최소 2개 업체가 부분 휴무에 들어갔다.

통일부 관계자는 1일 “현재 상황에 대한 불안감으로 주문이 줄고 있는 업체가 있다”면서 “개성공단 업체들의 경우 주문량이 감소하면 조업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일부 업체들은 또 북측이 개성공단 현지 설비 반출을 금지시킨 것에 대해 수리 및 정비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했다.

한편 대북 위탁가공업체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 대치동 섬유산업연합회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정부 측에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개성공단기업협의회도 오는 3일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임시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정욱 안의근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