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낮춘 南-한풀 꺾인 北… 심리전 보류로 남북한 대결국면 일시 소강상태

입력 2010-06-01 00:19

천안함 사태 이후 강(强) 대 강(强) 대결 국면으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소강상태로 들어가는 분위기다.

남측은 지난달 24일 천안함 사태의 대응조치로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겠다며 대응 수위를 한껏 높였지만 30일부터는 전단 살포와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방송 등을 보류하겠다며 눈에 띄게 긴장도를 낮추고 있다.

북측 역시 30일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가 “개성공단 개발 노력을 계속 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1일 “남측에서 심리전을 안 한다고 하니까 (북측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남측의 심리전 보류에 대해 북측도 강경조치를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남측이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지 않으면 먼저 개성공단 출입 인원의 통행을 제한, 차단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남북관계가 극단적인 파국으로 악화되지 않고 있는 데는 남북을 상대로 한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노력도 상당 부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미국과 중국 정부가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한반도 긴장상태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을 것이고, 중국은 북한에도 긴장 수위를 더 이상 높이지 말라고 요청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남북이 상대방을 자극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는 개성공단 폐쇄 여부를 놓고 일정한 긴장감은 유지하겠지만 당분간 소강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남북관계의 추가 변수가 없는 한 남북이 장기적 관점에서 숨고르기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남북은 당분간 천안함 사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를 놓고 국제사회에서 여론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심리전 재개와 개성공단 폐쇄로 맞불을 놓았던 남북이 대치전선을 안보리로 가져가는 것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이 천안함 사태의 안보리 회부를 앞두고 정부의 400쪽짜리 조사 결과에 상응하는 장문의 반박문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안보리에서 추가 결의나 의장성명 등 예상보다 강한 톤의 대북 강경조치가 나오거나 남측이 대북 심리전 방송 카드를 다시 뽑아들 경우 남북관계는 다시 한번 고비를 맞을 수 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