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美정부가 공들인 중동 평화협상에 재 뿌려
입력 2010-06-01 00:18
미국 외교의 최우선 순위인 중동 평화협상이 이스라엘군의 국제 구호선 공격으로 또 좌절될 위기에 직면했다.
조지 미첼 국무부 중동특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오가면서 2008년 가자지구 전쟁 이후 18개월 만인 지난달 초 가까스로 평화협상 재개라는 결과를 이끌어냈지만,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중대 사태가 발생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중동 평화협상 차질=2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예정이었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상회담은 취소됐다. 캐나다를 방문 중인 네타냐후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고, 급히 귀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을 잇따라 만날 계획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평화협상 일정이 어그러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화통화에서 인명 손실에 대해 “깊은 유감”과 함께 “사건과 관련된 모든 사실을 밝혀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행정부는 공식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거의 모든 나라들이 이스라엘을 강력히 규탄하는 분위기지만 미국은 유감 표명과 진상 규명 촉구에 머물렀다. 하지만 백악관이나 행정부 관리들은 중동 평화협상이 더욱 어려워지면서 위기 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비공식적으로 깊은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그다지 좋지 않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도 더욱 삐걱거릴 가능성이 있다.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정책을 공식적으로는 지지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일부 백악관 참모들에게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고 NYT는 전했다.
◇가자 해역 긴장 고조=31일 소집된 유엔안보리 긴급회의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분위기가 주류였다. 자국민이 가장 많이 사망한 터키는 이스라엘의 테러로 규정했다.
안보리 15개 회원국들은 이날 12시간에 걸친 긴급회의 후 이스라엘을 상대로 억류 중인 탑승자를 전원 석방하고 즉각 투명한 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인 물자 반입 허용을 촉구했다. 유럽연합(EU) 중국 러시아도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유엔 인권위도 1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한다.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정부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의 국제구호선 승선 작전을 “전폭 지지한다”고 밝혔다. 구호 선박을 보냈던 ‘프리 가자 운동’이 다시 구호선박을 보내겠다고 천명하자, 마탄 빌나이 이스라엘 국방차관은 이날 공영 라디오방송에서 “어떠한 선박도 가자지구에 도착해 이스라엘의 심장을 위협하는 테러리스트 기지가 돼온 곳에 물자를 공급하는 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