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행성 게임 이용된 컴퓨터 몰수대상 아니다”
입력 2010-06-01 21:09
PC방에서 사행성 게임 영업에 이용된 컴퓨터는 몰수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 단속을 벌이며 대량의 컴퓨터를 몰수했던 사법 당국의 관행과 다른 판단이라 형평성 논란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1일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모(24)씨의 상고심에서 “사행성 게임 영업을 하다 적발돼 압수된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 등 부품은 게임산업법이 규정한 게임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몰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1월 자신의 PC방에서 렌트한 컴퓨터 22대에 사행성 게임인 ‘야마토’를 설치해 손님이 게임을 하도록 한 뒤 경품으로 지급된 쿠폰의 환전을 알선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김씨가 사행성 게임 영업에 사용했던 컴퓨터를 몰수하지 않은 1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했다”며 항소했다. 게임산업법은 게임물을 게임 프로그램과 게임 이용을 주목적으로 제작된 기기와 장치로 규정하고 법 위반자가 소유하거나 점유한 게임물과 범죄수익을 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심 재판부도 “압수된 컴퓨터 자체를 게임 프로그램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검찰은 2006년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게임기,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몰수했다. 당시 검찰은 몰수한 컴퓨터 3만2833대를 소외계층 컴퓨터 보급 사업을 펼치던 정보통신부에 무상 기증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몰수 조치를 당했던 게임장 업주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범죄 행위에 제공된 물건이 범죄자의 소유일 경우 형법 조항에 따라 몰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빌린 컴퓨터로 영업을 하다 몰수당했다면 렌트사 등 컴퓨터 소유주가 몰수물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