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탄받을 이스라엘의 구호선 공격

입력 2010-06-01 17:51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31일 공해상에서 가자지구로 향하던 국제 구호선 승선자들에게 발포해 국제 인권운동가 1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외신들은 이 사건으로 19명이 희생됐다고 주장한 반면 이스라엘은 9명이 숨졌다고 밝히는 등 정확한 사망자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엔 안보리가 긴급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의 비인도적 행위에 대해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6척의 구호선단에는 영국 아일랜드 터키 등 유럽 각국의 친팔레스타인 평화운동가 600여명이 타고 있었으며 의약품 등 구호품 1만t을 싣고 이날 가자지구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구호활동을 이끈 ‘프리 가자 운동’ 측은 이스라엘군이 배에 오르자마자 총격을 가했다고 밝힌 반면 이스라엘 측은 승선자들이 먼저 흉기를 휘둘러 방위 차원에서 총격이 발생했다고 설명하는 등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스라엘이 구호선단의 가자지구 접근을 막기 위해 나포 경고를 한 상태였음을 감안하면 이를 강제로 저지하는 과정에서 살상이 일어난 것만은 틀림없다. 이스라엘 주장대로 설령 승선자들이 흉기를 휘두르며 반항했다 하더라도 중무장한 해병 특수부대원들이 민간인, 그것도 국제해양법을 준수하며 활동하는 평화운동가들에게 총격을 가했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비록 팔레스타인 봉쇄정책을 방해했다지만 무기도 아닌 구호품을 전달하는 사람들까지 공격하는 것은 만행이다. 특히 미국이 지난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재개시키는 데 성공한 직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과연 평화적 해결의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 인해 중동지역에 다시 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우게 된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폭력사태를 규탄하면서 즉각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등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유엔과 국제사회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이 세상에 평화보다 소중한 것이 없고 평화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