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세 도입할 이유 충분하다

입력 2010-06-01 17:51

내년부터 은행세가 도입될 예정이다. 은행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의 무분별한 몸집 불리기와 금융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이미 도입, 운영하고 있다. 외환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은행세란 세금(tax)이라기보다 일종의 벌금 내지 부과금(levy)의 성격으로 은행으로부터 일정률의 부담금을 걷어 은행을 포함한 금융시장 전체의 안정을 위해 쓰자는 제도다. 미국은 금융위기 극복 차원에서 금융권에 투입된 공적자금 7000억 달러 중 손실이 예상되는 1170억 달러를 은행세로 메우겠다는 취지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한국의 경우는 금융위기로 인한 은행의 파산도 없었고, 공적자금이 투입되지도 않았음을 감안하면 굳이 은행세를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론도 적지 않다. 더구나 은행세의 도입은 결과적으로 은행의 부담을 늘려 은행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로 지적된다.

그러나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우리 경제의 특성상 내외의 작은 자극에도 금융시장이 쉽게 출렁거리는 현실을 생각하면 은행세 도입은 바람직한 방향이라 하겠다. 특히 은행세 도입 목적은 미국처럼 공적자금 회수용이거나 프랑스와 독일과 같이 위기 대비 자금 확보용 등으로 다양하다. 우리나라도 국내 외환금융시장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쪽으로 은행세 내용을 조율한다면 충분히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현재 은행세 대상으로 해외차입금 은행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주로 비(非)예금성 은행부채에 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의 주요 업무인 여수신이 은행세 부과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어 은행의 영업활동에는 크게 지장이 없는 반면 국내은행과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과도한 단기 자금 유출입을 막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세 도입은 최근 역내외 선물환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과 궤를 같이한다. 외환금융시장의 안정은 결국 단기 자금 유출을 최소화하는 쪽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은행세 도입을 위한 세부방안을 차질 없이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