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도시인의 고독과 슬픔을 그리다
입력 2010-06-01 18:10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의 현대 도시인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들의 고독과 슬픔, 존재의 상실감 등을 미술작품으로 조명하는 전시가 7월 30일까지 서울 부암동 자하미술관에서 열린다.
독립큐레이터 오세인씨가 한·중 현대미술 교류의 일환으로 기획한 전시의 제목은 ‘색시만발’(色視滿發). 즉물적이면서도 감각지향적인 현대인의 특성을 그림으로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이번 전시에는 각각 독창적인 작업으로 호평받고 있는 한국과 중국의 현대미술 작가 5명씩이 참가한다. 전시는 현실을 떠나고 싶지만 떠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안주하지도 못하는 도시인의 허허로움을 살펴보는 ‘존재의 가벼움’, 속도와 경쟁 속에서도 작품을 통해 살아갈 힘을 불어넣는 ‘이상에의 동경’ 두 가지 코너로 구성됐다.
‘존재의 가벼움’에는 얼굴 흔적만 남아있는 마스크 작업으로 인간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는 손민형의 ‘바람이 부는 곳으로’, 빌딩 숲 풍경으로 만연한 물질주의를 드러내는 최승희의 ‘도시 산수’, 여성이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허두오링의 ‘듀얼 누드’, 삶의 고뇌를 신체 윤곽만으로 표현한 지안용의 ‘누군가’, 떠도는 자의 삶을 사진에 담은 자오후아젠의 ‘플로팅(floating)’ 등이 선보인다.
‘이상에의 동경’에는 나룻배 위에서 노니는 화가들의 이상과 철학을 표현한 김영미의 ‘위대한 공간’, 우주와 자연, 인간의 어울림을 나타낸 이열의 ‘생성 공간’, 보석으로 마음 속 산수를 그려내는 김종숙의 ‘인공 풍경’, 굵고 가는 선으로 잠재된 에너지를 발산하는 리우덩의 ‘플랑베 마크’, 문자를 헤체시킨 조각으로 삶의 교훈을 제시하는 왕지에더의 ‘현자의 말’ 등이 출품됐다.
이번 전시는 중국 상하이 엑스포 개막과 함께 지난 4월 한 달 동안 상하이의 유력 화랑인 페이지 갤러리에 선보여 주목받은 데 이은 것으로 한·중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오세인 독립큐레이터는 “작가들의 다양한 조형언어를 통해 양국 미술문화 교류가 더욱 활발히 진행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02-395-3222).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