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할렘지역 교회 줄줄이 문 닫는다

입력 2010-06-01 17:49

할렘의 교회가 위기에 처했다. 개발붐으로 할렘을 떠나는 흑인들이 늘어나면서 흑인과 소외계층의 상징 격이던 교회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뉴욕 할렘의 교회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할렘은 미국 슬럼가의 상징이자 흑인의 거리로 알려져 있는 동네. 이곳이 흑인들을 위한 주거 개선 프로그램이라는 미명 아래 개발되면서 백인 마을로 탈바꿈하고 있다. 땅값이 오르면서 흑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타향으로 하나 둘 떠나는 상황이다. 그 바람에 교회도 문을 닫게 생겼다.

NYT에 따르면, 올소울스 교회는 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할렘가 대표 교회다. 이 교회의 성도는 50여명. 80%는 노인이다. 주일학교에 나오는 어린이라고는 2∼3명뿐이다. 청년은 찾아보기 힘들다. 교회에서 가장 많이 광고하는 내용은 성도의 장례식이다. 실비아 린치(80·여)씨는 “1940∼50년대 이곳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며 텅 빈 좌석을 응시했다.

교회의 한 주 수입은 2215달러, 지출은 2159달러다. 17달러가 남는다. 이러다 보니 20년간 계속해온 알코올 중독자 사역 등 사회 선교엔 예산 배정도 힘든 현실이다.

올소울스 교회는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인근의 리틀플라워 침례교회는 성도수 감소와 재정난으로 폐쇄 직전이며, 웨스트 123번가의 레스큐 교회 목사는 생활고로 양키스타디움에서 일하고 있다. 가톨릭은 더하다. 성 토머스 성당을 비롯해 역사 깊은 성당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도시개발로 고급 주택이 들어서면서 교회도 부흥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흑인이나 소수인종이 다니는 교회는 외면당했다. 새신자 등록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고, 헌금도 오히려 줄었다. 현재 할렘 교회들의 상당수는 예배는커녕 주방 내지는 식료품 저장실로 전락한 상태라고 NYT는 전했다.

이경선 기자 boky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