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60주년-문학으로 본 전쟁과 기억] 유종호의 전쟁 에세이 ‘그 겨울 그리고 가을’

입력 2010-06-01 17:42


담배 한 보루와 바꾼 슬픈 자화상

한국전쟁을 다룬 문학 작품은 많지만 당시 한국에 파병된 미군의 생활상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유종호씨의 에세이 ‘그 겨울 그리고 가을-나의 1951년’은 주한 미군의 모습을 실명으로 촘촘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6·25 관련 귀중한 기록물이다.

“해방 이후 미군이 진주하면서 ‘하우스보이’라는 말이 크게 번졌다. 또 그런 직종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본시 집이나 호텔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소년 잡역부를 가리키는 말인데 미군부대에 기거하면서 구두도 닦고 청소도 하고 잡역도 하는 고용인을 그렇게 불렀다.”

미군 병사들의 일상도 상세하게 적었다. “식사시간을 알리는 벨 소리가 울리면 미군들은 손잡이 달린 개인용 양철 컵을 들고 식당으로 간다. 카페테리아에서 하듯 포크와 나이프를 트레이에 얹고 줄지어 가면 프라이드 에그나 베이컨 토스트 소시지 삶은 아채, 비프 등을 얹어주었다. 양철 컵은 크기가 상당한데 커피를 가득 채워 물 마시듯 하였다.”

맥아더 장군 얘기도 나온다. “4월 10일께 달천으로 이동한 직후 맥아더 장군이 해임됐다는 소식을 부대 통역을 맡은 미스터 남을 통해 들었다. 미군 병사들이 호전적이라고 맥아더를 욕하면서 해임을 환영하는 기색이더라고 그는 말했다. 당시 문건을 뒤적여 보면 맥아더가 유엔군 총사령관에서 해임된 것은 1951년 4월 12일이다.”

미군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색시집에 들락거린 풍경 묘사가 씁쓸하다. “칸보이라 부르던 보급물자 수송 트럭들이 떼 지어 오면 광장은 이내 주차장으로 변했다.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운전병들은 도착하기가 바쁘게 상의 안쪽에 담배 한 보루를 집어넣고 부지런히 살구나무집을 찾아갔다. 당시 미군 병사들이 지불하는 화대는 현물로 담배 한 보루 정도였던 모양이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