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철환의 성경과 인체(15)
입력 2010-06-01 11:18
질병이 주는 이익과 불이익
‘아프고 고통스러운 병이 무슨 이익을 가져다줄까?’라는 생각을 하지만 이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나름의 쓰임새가 있습니다. 악과 죄는 주님께서 창조하신 것이 아니고 인간이 타락함으로 창조 가운데 들여 온 것인데 이 창조 안에 들어온 악을 주님께서 어떤 선한 목적에 맞게 변형하여 쓰시고 계십니다. 질병도 그 본질에 있어서 악이기 때문에 주님 창조의 일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인간의 악한 성향으로 이미 인류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에 어떤 선한 쓰임새를 위하여 주님께서 쓰십니다.
가장 먼저, 병에 든 상태나 불행한 일을 당하게 되면 우리의 탐욕이 일시적이나마 진정세를 보입니다. 그리고 몸이 아프면 그 사람의 의지를 지배하던 여러 종류의 자연적인 사랑들이 주춤하게 되고 평소에 즐기던 육체적 쾌락이나 세속적인 것들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세속적인 탐닉을 중단하는 결단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이때에 배워 온 신앙 지식들이 그 사람의 관심을 끌거나 좀 더 영원하고 거룩한 것들에 우리의 생각을 돌리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습니다.
질병이 가져다주는 선한 쓰임새는 시험이 주는 쓰임새와 유사합니다. 우리가 시험에 들게 되면 평소보다 좀 더 겸손해지고, 평소의 삶을 반성하거나, 주님의 뜻을 묻는 등의 영적인 상태에 들어가게 됩니다. 질병은 우리의 선과 진리를 시험하는 영적인 시험은 아니고 자연적 시험이지만 나름 영적인 시험과 비슷한 효과를 가져다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질병에는 또 불이익도 있습니다. 질병이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의 고통과 몸과 마음의 짐은 그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무엇보다도 질병은 우리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다. 사실 영적인 측면에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질병의 선한 쓰임새로 간주할 수 있지만, 천수를 다하지 못한 어린 나이에 혹은 너무 고통스러운 병을 통해 죽음에 이르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그를 지켜보는 부모나 당사자의 고통은 매우 클 것입니다.
또 질병이 그 폐해가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도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병이 전염성 질환입니다.
환자의 경우에 우리는 특히 그 사람의 영적 내면을 고찰해야만 합니다. 주변에서 흔히 몸이 아플 때 주님을 시인했다가 병이 나은 뒤 마음이 바뀐 사람들을 볼 수 있습니다
몸이 아픈 동안에 특히 죽음을 염두에 둔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저 세상이나 신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이 관심이 진정한 자유와 합리적 생각에 근거한 관심이 아니라 일종의 병으로부터 오는 두려움이나 압박으로부터 그렇게 하도록 강제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람이 아픈 동안에 신앙의 진전이나, 신실한 회개는 사실상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아프기 전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병을 통하여 연단이 된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육체적 건강의 조건에만 균형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영적인 건강을 위해서도 외압 없이 온전한 자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균형적 조건이 형성되어야 합니다.
악인은 강제성이 있을 때는 회개를 약속하고 선을 행하지만, 일단 강제성이 제거되어 자유가 주어지면 종전의 악한 생활로 되돌아갑니다. 그러나 선한 사람에게 이 시험의 상황은 자신을 영적으로 더욱 강하게 단련시키고 성장하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악인에게는 최소한 더 이상 악해지지 않고 자신의 악한 삶을 돌이켜볼 수 있는 유용한 반성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배철환(서울 방배동 강남의림한방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