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가 끌어주니 아이가 달라졌다

입력 2010-05-31 21:24

정부, 멘토링 휴먼네트워크사업 확대

자폐증을 앓고 있는 고등학교 1, 2학년생 홍모군 형제는 토요일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전북장애인복지관 풋살축구교실에서 토요일마다 하는 운동에 재미를 붙여서다. 자폐증 때문에 낯선 사람이나 장소에 좀체 마음을 열지 않는 형제였지만 축구교실은 금세 적응했다. 홍군 형제의 멘토 이모(24)씨 덕분이다.

이씨는 지난 4월부터 홍군 형제의 멘토가 됐다. 아이들은 처음엔 이씨에게 적대적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씨가 주말이면 자신의 차로 형제를 축구교실로 데려다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자 차츰 마음을 열었다. 결국 친형처럼 따듯하게 대해주는 그를 받아들이게 됐다.

전북장애인복지관 사회복지담당공무원 이희덕씨는 “자폐증 아이들이 마음을 열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변화”라며 “멘토는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의 정서 함양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군 형제처럼 가정 형편이나 장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게 가능성과 희망을 심어주는 정부의 ‘멘토링 서비스 휴먼네트워크’ 사업이 올해부터 확대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시작된 휴먼네트워크 사업을 생활이 어려운 청소년의 학습·발달 지원 위주에서 삶의 비전제시, 직업능력 함양, 정서지지, 비전 제시 등 6개 분야로 확대한다고 31일 밝혔다.

지난달부터 파티셰 서승주씨와 만나 매주 과자와 빵을 굽는 나모(14)양은 멘토 서씨 덕에 꿈을 키워가게 됐다. 나양은 어려서부터 막연하게 파티셰가 되고 싶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빵 굽는 기계나 기구를 한 번도 만져보지 못했다. 꿈은 있지만 길을 몰랐던 나양은 휴먼네트워크 사업단을 통해 서씨와 만났다. 나양은 서씨에게 평소 궁금했던 것을 마음껏 물을 수 있었고 어떤 공부를 하면 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게 됐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했던 나양은 이제 서씨와 함께하면서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나양은 “멘토인 서 파티셰를 본받아 열심히 노력해서 꼭 꿈을 이루겠다”며 “꿈을 이루고 나의 멘토와 나란히 TV에 나가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멘토링 사업은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효과가 입증됐다. 100년이 넘는 멘토링 역사를 가진 미국에서는 멘토링이 제공된 고등학교의 평균 졸업률(99.3%)이 미국 고등학교 평균 졸업률(56.4%)의두 배 가까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SK텔레콤, 삼성의료원, 어린이재단, 해군 제3함대사령부, 서울대 등 172개 기관이 멘토링을 지원하고 있고, 1만명 이상이 멘토로 참여하고 있다.

휴먼네트워크 사업의 멘토링에 참여를 원하면 사무국 홈페이지(humannet.or.kr)나 전화(02-761-0496∼7)로 신청하면 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