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노동시장 심상찮다… 폭스콘 자살 파문 이어 혼다차 공장 파업사태

입력 2010-05-31 18:51

중국에서 근로자들이 잇따라 투신자살하고 파업에 나서는 등 노동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신세대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근로자)을 중심으로 근로자들의 욕구와 의식이 변화되면서 새로운 노사관계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저임금을 겨냥해 진출한 다국적기업의 경우 심각한 경쟁력 악화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해졌다.



◇급변하는 노사환경=대만계 전자부품 생산업체인 폭스콘 중국 선전공장에서 13건의 연쇄 투신자살이 일어나고, 중국 광둥성 포산(佛山)에 있는 일본 혼다자동차 부품생산 공장에서는 지난 17일부터 2주째 근로자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현대차 협력업체 성우하이텍에서도 지난 28일부터 이틀간 파업이 발생했다가 30일 오후부터 정상화됐다.

가장 큰 원인은 저임금이다. 근로자들은 적게는 15%, 많게는 50%까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에선 이를 수용하는 분위기다.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은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 광둥(廣東)성 등 중국 11개 성·직할시·자치구가 최저임금 표준을 10% 이상 인상했다. 후베이(湖北)성의 경우 무려 28.5%나 인상되는 등 6개 지역은 인상률이 20%를 넘었다. 베이징을 비롯해 대부분 지역도 10% 이상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고성장 과정에서 숨죽이며 일만 했던 근로자들이 이제 본격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노사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요즘 제조업 근로자 대다수가 ‘파링허우’(80년대생)와 ‘주링허우’(90년대생)인 소위 신세대 농민공들로 임금인상과 근로환경 등 요구사항을 적극 제기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대책과 딜레마=신세대 농민공을 중심으로 한 근로자들의 파업 등 집단행동은 다국적기업뿐 아니라 중국 국내 기업들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자칫 심각한 사회적 불안요인이 될 수 있어 중국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몇 가지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현재의 최저임금표준 제도를 물가상승 등을 감안, 근로자에게 유리하게 수정하는 방안이다. 또 노사 임금협상에서 근로자 권리를 강화하고, 임금을 기업의 경영실적과 연동시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대책은 임금이 급상승하고, 근로자들에 대한 통제가 어렵게 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해외투자가 위축되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도 예상돼 중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