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 北風, 4대강·세종시 이슈 삼켰지만 역풍도 만만찮다
입력 2010-05-31 21:49
票心 어디로… 6대 관전포인트
6·2 지방선거는 역대 지방선거와 다른 흐름이 나타났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라는 대형 안보 이슈가 선거 열기를 잠재웠고, 선거에서 되풀이되던 ‘견제론 대 안정론’이라는 여야 대결 구도 역시 희석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방선거만의 특이한 흐름들이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세대별 투표율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①북풍 영향력은=야권에선 천안함 사태로 인해 4대강, 세종시 문제 등 정치 이슈가 묻혀 야당 후보들 지지율이 10%가량 손해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이 북한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격침됐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따른 보수층 결집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천안함 정국을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 여론이 있는 만큼 ‘북풍’ 영향력이 예상보다 작을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과 인접한 수도권과 강원도의 선거 결과에 따라 북풍 영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북풍 영향력을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은 세대별 투표율을 비교하면 확실히 알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즉 보수 성향의 50대 이상 연령층의 투표율과 진보 성향의 30대 이하 연령층의 투표율 격차가 북풍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라는 얘기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이철희 부소장은 “북풍 영향력이 클 경우 역대로 투표율이 높았던 50대 이상과 30대 이하의 투표율 격차가 커지고, 반대의 경우는 영향력이 작았거나 역풍이 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②여당 연패 기록 깨질까=이전 지방선거는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 강했다. 또 1998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야당이 압승하면서 ‘중간선거는 야당에 유리하다’는 공식마저 생길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같은 공식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 안보 이슈에 묻혀 ‘정권 심판론’ 구호의 파괴력이 예전 같지 못한 데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와 달리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여당인 한나라당이 최대 승부처인 서울 등 수도권에서 2곳 이상 승리하지 못할 경우 정권 견제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은 가능하다.
③전 정권 대 현 정권 대결=이번 선거 특징 중 하나가 정치권, 특히 여권이 선거 구도를 과거 정권에 대한 심판 구도로 몰고 가고 있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계기로 ‘노풍(盧風)’이 불면서 젊은층과 야당 지지자들이 단결할 것을 우려한 여권이 전략적으로 전임 정권 심판론을 내세운 측면이 크다. 야권에선 “지난 대선과 총선 두 번의 심판으로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은 끝났다”고 맞섰다. 결국 전 정권 대 현 정권 대결의 승패는 광역·기초단체장 후보로 나선 30명이 넘는 친노 인사들의 성적표가 나타내줄 것으로 보인다.
④지역주의 균열 오나=이번에도 여야는 텃밭인 영남과 호남에서 압도적 우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 3당 합당 이후 생겨난 영남 대 호남의 지역 구도가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주의 약화 가능성도 보인다. 특히 충남과 경남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안희정 후보와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각각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 자유선진당 박상돈 후보를 꺾을 경우 이러한 해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충남에서 안 후보는 지역주의 반대 구호를 내세웠지만 결국 세종시 원안 사수라는 지역적 이해관계를 담은 정책적 어젠다를 내세웠기 때문에 설령 당선된다 하더라도 지역주의 완화 현상으로 해석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⑤무소속 돌풍 일어날까=제주나 경남 광역단체장의 경우 무소속 후보가 강세 또는 접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기초단체장의 경우 무소속 돌풍 현상이 예견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공천 과정에서 50% 정도의 현역 단체장을 교체하면서 이에 반발한 단체장들이 무소속 출마와 무소속 연대를 형성해 그 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⑥줄투표 사라질까=광역·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을 모두 한 정당에 투표하던 ‘줄투표’ 현상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같은 정당의 광역단체장 후보 지지율과 기초단체장 후보 지지율이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경우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또 서울의 경우 시장이나 시의원은 같은 당 후보를 지지하면서 구청장은 다른 당 후보를 지지하는 예가 상당수 있는 현상도 보이고 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